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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말과 궁에 대한 생각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1. 장(將, General, King)


King은 대부분의 장기에서 전후좌우사선으로 한 칸씩 움직인다.

상치(중국)에서는 King이 사선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상치(중국)와 장기(한국)에서는 King은 Palace/Fortress 안에서만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King은 기동성은 떨어지나, 모든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물이다.


상치의 경우, King이 사선으로 못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래 (체스류에서) 하나이던, Counselor(士)가 2개의 기물로 늘어나서, 수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King이 Counselor와 같은 행마를 한다는 것이 중국인의 느낌으로는 불경스럽지 않았을까? 또한 Nine Point의 좁은 Palace/Fortress 안에서 세 개의 말(왕과 사졸2)이 움직여야 한다면, King은 전후좌우로만 움직이고, Counselor는 대각선으로만 움직일 때, 가는 길이 서로 다르므로, 궁성 안에서 그나마 유기적인 행마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2. 사(士, Counselor, Queen)


사Counselor는 기본적으로 사선으로 한 칸씩 움직인다. 샤트란즈Shatranj, 막룩(태국), 싯투린(미얀마) 그리고 상치(중국)에서 동일한 행마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선 한 칸 행마에서 발전하여, 왕King과 같은 행마를 하는 유형(장기)과 왕King 이상의 힘을 갖게 되는 유형(샬탈과 현대체스)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Queen은 Mad Queen이라고 하여, 현대 체스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Counselor(Queen)는 Chaturanga의 네 가지 부대에도 속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탄생한 기물일까?


사람들은 차투랑가의 4인 Game에 주목한다. 4인 Game에서는 주사위를 굴려서 어떤 말을 움직이는지를 정하게 되는데, 이렇게 주사위를 굴리게 되면, 전략성 보다는 도박성이 강해진다. 따라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전통에서 이러한 도박 행위가 금지되면서 차투랑가는 4인 Game에서 2인 Game으로 진화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학계의 정설은 2인 게임이 4인 게임에 선행). 이때, 두 팀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졸Pawn은 8말, 상Elephant, 마Chivalry, 차Chariot는 각각 2말씩이 되지만, 왕King이 2말일 수는 없으므로, 나머지 하나의 왕King이 사Counselor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가 있다.


그 밖에 이런 추측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인 차투랑가에서도 졸Pawn의 승진 Rule은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각각의 졸Pawn은 자기 뒤에 있는 기물의 신분으로만 승진이 가능하였다. 즉 상졸Elephant Pawn은 상Elephant으로 마졸Chivalry Pawn은 마Chivalry로 차졸Chariot Pawn은 차Chariot로 그리고 물론 승진대상이 되는 기물이 아직 살아 있을 때는 승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King 앞에 있는 왕졸 King Pawn은 그러면 무엇으로 승진할 수 있는 것일까? 이때 승진하는 왕졸King Pawn이 왕은 아니지만, 왕보다는 조금 못한, 즉 왕King의 행마에서 전후좌우 행마가 빠진 사Counselor의 사선 행마를 획득하게 된 것은 아닐까?


즉 사의 탄생은 1) 4인 게임에서 2인 게임으로 바뀌면서 남은 한 왕King이 사가 되었다는 가설과 2) 승진하는 왕졸King Pawn의 경우, 왕의 행마보다 부족한 행마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8×8 체스판에서 7개의 기물을 배치하고 남은 한 칸에 이러한 행마를 하는 사(士)를 배치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의 2개가 가능하다. 그리하여 탄생한 사가 만약 9×9 or 9×10으로 더 넓어진 장기판에서는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사(士)를 하나 더 추가하여 2개 배치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왕이 잡혀도 되는 차투랑가와 같은 고대 체스에서라면, 왕 앞의 왕졸King Pawn이 왕으로 부활을 할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최소한 왕의 행마를 흉내낼 수는 없었을까? 또는 4인 체스에서 2인 체스로 바뀌면서 두개의 왕 중 하나는 왕이 되고, 하나는 왕의 신분을 잃게 될 때, 비록 신분은 사(士)이지만, 왕의 행마는 그대로 유물처럼 남기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경우가, 왕과 같이 행마할 수 있는 장기의 사(士) 행마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장기의 고대유물이 출토된 것을 보면, 사가 여성무사가 갑옷을 착용한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Counselor가 갑자기 강력한 힘을 가지는 Mad Queen이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Counselor는 여성이 아니었을까? 중국의 유물에서는 서양의 오늘날의 여성형 기물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3. 상(象, Elephant, Bishop)


상Elephant은 기본적으로 사선으로 두 칸씩 움직이는 기물로 보인다. 샤트란즈Shatranj와 상치(중국)에서 동일한 행마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마Horse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지는 행마이다. 아무래도 거구인 것이 반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남아 체스와 쇼기에서는 상의 경우, 사의 행마에서 전방 한칸이 추가 된다. 이런 행마를 하는 이유를 동남아에서는 상이 사지 외에 코가 하나 더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리가 있는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기동성은 떨어지나, 파괴력은 커진다고 느껴진다. 상치도 상의 이러한 낮은 기동성을 감안하여, 상이 강(초하한계)을 건널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두가지 행마의 유형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상은 사에 비해 한 가지 장점이 더 있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선으로 두 칸 움직인다고 하는 것은, 사에 비해 한 칸을 더 가는 것이고, 사선 한칸에 전방 한칸을 더한 것 또한 사에 비해 Power를 추가 장착한 것이 된다.


코끼리는 그 자체가 육중한 전투 무기체계가 되지만, 그 의미를 되짚어 보면, 고귀함의 상징이다. 이러한 고귀함의 의미가, 체스에서는 Bishop으로 바뀌게 되고, 상치에서는 Red 진영의 경우 재상Minister를 뜻하게도 되었다.


이렇게 보면, 장기의 전반적인 의미 맥락에서 사(士)는 왕을 호위하는 참모격 장군이지만, 상(象)은 더 훌륭한 야전 사령관이 아니었을까? 싯투린에서는 사가 장군이고, 체스에서는 사가 Queen 또는 총사령관이지만, 과연 원래부터 상이 사보다 못한 기물이었을까? 사와 상의 본래의 행마를 비교해 볼 때, 상이 정말 대단한 장군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상의 행마는 이 두가지 유형의 행마 외에도 한가지 Version이 더 있는데, 그것은 고대 차투랑가에 대한 기술이나, 인도의 각 지역에서 행해지던 체스에 대한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그것은 전후좌우 두 칸씩 가는 행마를 보이며, 물론 도약도 가능하다. 일명 dabbaba(공성기)라고 하는 행마인데, 이것을 차의 행마의 원형으로 보는 이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의 행마와 차의 행마가 서로 섞여서 혼동을 주게 된다. 그리하여, 상의 행마가 차의 행마가 되고, 차는 배로 바뀌어 상이 2칸 사선 행마를 하게 되는 변형이 출현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dabbaba(공성기) 행마가 상과 비교되는 이유는 상 또한 상대의 진영을 육중하게 허물어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상의 행마와 차의 행마가 섞이는 이유는 1) 우선 상의 경우, 상이 전술적으로 중요하지 않는 나라의 경우, 다른 기물로 바뀜(샬탈은 낙타, 일본은 없음, 유럽은 비숍), 2) 차의 경우, 전차가 원래 없거나, 있었어도 의미가 없는 시대에 전래된 나라의 경우, 차의 의미가 바뀌거나, 차의 행마를 상이 가지게 되고, 차의 행마가 바뀜(상치는 치차, 쇼기는 향차, 마인차토르에선 배 등)


그리고 이 dabbaba(공성기) 행마는 상과 차의 행마를 떠나서 상치(중국)와 장기(한국)에서 또다른 공성 행마인 포로 발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하며 웃음지어 본다. 그런데, 이러한 공성기 행마는 궁수(弓手)행마와도 통할 수 있는데, 현대 체스의 Bishop은 일종의 후방에서 전투를 지원하는 사격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동양장기의 포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결국 상이 가지고 있는 유전인자에 이미 이러한 dabbaba공성기 행마가 있었기 때문에 사선 두 칸 행마에서 사선 직선행마로 발전하게 된 것은 아닐까?


*비숖에 대한 추가 자료 발견

The elephant were represented by short upright pieces deeply split on top, symbolizing the tusks of these animals. This shape was erroneously interpreted as 'a fools cap' in France and as 'a Bishops miter'(주교冠) in Portugal and in many English-speaking countries.

(Chess-A Game of Royals; Origin of Chess and Changes thereafter... 에서)



4. 마(馬, Horse, Knight)


마는 강력한 부대이다. 기동성도 뛰어나고 유연성도 뛰어나다. 초기의 전투에서 적의 기물들을 일차적으로 파괴해야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실 한국 장기에서는 이러한 초기의 파괴 임무를 상이 부담하게 되고 그 다음에 마가 진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상이 현대 체스에서처럼 저격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동남아 체스에서처럼 육중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초기의 기동력에 대한 기대는 마의 어깨 위에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마가 상대의 진영을 먼저 허물어뜨리면, 비로소 차(전차부대)가 마가 터 닦아놓은 너른 들판을 자유롭게 휘저으며 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마의 행마는 거의 모든 장기에서 T자 행마를 하며 유사하다. 그만큼 마의 행마를 모든 문화에서 동일하게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마의 행마는 말의 실제 모양과 비슷하며, 마의 움직임과도 흡사하다. 다만, 도약이 가능한 Chess와 도약이 불가능한 장기와 상치가 있는데, 장기와 상치에서는 도약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포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마의 도약성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아마도 산과 숲이 많은 지역의 전투와 평지가 많은 지역의 전투의 차이가 아닐까, 산지에서 도약을 하는 마의 행마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기습이나, 요격 또는 지원의 의미가 강한 것이 아닐까? 주로 평지에서 전투를 하게 되는 중국에서는 마는 차와 더불어 돌격부대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인 지도 모른다. 도약을 못하는 장기와 상치에서 마는 차와 더불어 저돌적인 Speed로 적진의 중앙을 공격하는 기마부대라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5. 차(車, Chariot, Rook)


차Chariot의 행마는 거의 모든 장기에서 동일한 행마를 보여준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또한 대규모 전차부대를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성장한 시대의 산풀이기도 하다. 옛날의 전차부대라고 하면 그것은 말이 끄는 전차라고 할 수 있다. 마Chivarly와 비교했을 때, 차Chariot은 과연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일단 전차부대라고 했을 때, 말 외에 다른 동물을 이용한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코끼리를 통한 전차부대나, 낙타를 이용한 전차부대는 없었을까?


체스에서의 Rook은 뜻이 성Castle을 의미한다. 항상 의문은 성인데, 왜? 이렇게 기동력이 좋은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아랍어의 Rukh가 Chariot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이 서양의 Rook으로 전사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Rook이라고 명명하면서, 성벽 모양의 캐력터를 쓰는 것이 단순한 착오에 불과한 것일까?


중세의 기물의 생김새를 보면, 비록 전차부대이지만, 낙타나, 코끼리의 등에 성채 같은 모양을 한 캐릭터를 볼 수 있다. 즉 Rukh(전차)의 실제 기물의 형상에 이미 성벽이 있었던 것이다.


* 루크에 대한 추가 자료 발견

One of the set of counters used in the chess are 'The Rooks'. Rook is similar to Indian chariot, protecting the army's flank. The term originated from the Persian term 'Roth' that means a Soldier. The Persian term is derived from the Indian term 'Rukh', which is obviously seem to have generated in the Sanskrit word Rakshak which means a soldier which means, "to protect".

(Chess - A Game of Royals 에서)



6. 졸(卒/兵, Soldier, Pawn)


Pawn은 체스의 영혼이라고 한다. 체스에서는 Pawn이 가장 특이하다. 왜냐하면, Pawn은 기물의 이동시 행마와 공격시의 행마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장기의 기물 중 이동시의 행마와 공격시의 행마가 다른 기물은 Pawn외에는 샹치에서의 포가 유일하다. 그만큼 이상한 기물인 것이다.


특히 장기(한국)에 익숙한 필자에게 Pawn의 쓰임새는 항상 방심하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Chess에선 Pawn이 있어 어떠한 대치상태와 포진이 가능한 것 같다. 그 점 힘과 힘의 방향만이 중시되는 장기(한국)와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장기(한국)에서도 그러한 힘과 힘의 팽팽한 대치상태를 꾀할 수 있는 기물이 있으니, 그것은 포의 존재이다. 한국장기에서의 포는 아주 특수한 기물인데, 이점은 포Canon의 Chapter에서 논하기로 하자.


그러면 왜? Pawn은 이동시의 행마와 공격시의 행마가 다른 것일까? 왜? Pawn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데, 사선으로는 위협적인 것일까? 이 점은 정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로마의 밀집대형에서는 방패로 방어막을 형성하고 창으로 상대를 찌른다. 이때, 정면의 적을 공격하기보다는 측면의 적을 공격하게 되는데, 여기서 Pawn의 공격형태가 나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인도의 오랜 전투형태에서 보병부대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체스의 폰의 Role을 통해 가정해볼 때, 보병 부대는 정면 보다는 비스듬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이점은 동양의 전통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필자는 생각하기 힘든 전투의 양상이다.


따라서 동양의 삼국 즉 중국, 한국, 일본의 장기에서는 모든 졸은 행마에 따라 이동하고 공격한다. 이점이 Chess와 철저하게 다른 점이다. 이 삼국의 장기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졸을 가진 것은 장기(한국)이다. 장기에서는 졸이 전방뿐 아니라, 측방으로도 이동 및 공격을 할 수 있다. 상치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데, 다만 상치에서는 아군진영에서는 전방이동만 허용되다가 즉 Pawn 이다가, 강을 건너 적진에 들어서면 비로소 옆으로 가는 능력을 받게 된다. 이것을 Promotion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유사 Promotion이라고는 할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합리적인 생각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는데, 아군진영에서는 오직 앞으로만 돌격하지만, 적진에 들어가면, 졸에게 어느 정도의 군율적인 측면에서의 자유가 주어진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비록 한국 사람이고 또한 한국장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중국의 상치를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합리적인 면이 있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와 상치에서는 결국 졸은 전방과 측방으로 이동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지만, 완전한 의미에서의 Promotion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진 끝까지 간 졸은 그냥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쇼기(일본)에서는 그 졸이 다시 부활하여 사Counselor가 된다. 이점이 쇼기의 그 혼합성이다. 동양적으로 이동과 공격의 행마가 똑같지만, 결국 다시금 서양적인 Promotion이 가미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 문화의 특수성일 수도 있지는 않을까?


졸의 장에서 짚고 넘어가볼 중요한 Point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양측의 졸의 명칭이 다른 경우에 대한 것이다. 그런 경우는 상치(중국)와 장기(한국) 외에 싯투린(미얀마)이 이에 해당된다. 장기에서는 Green이 졸(卒)이고, Red가 병(兵)인데, 이는 상치도 같다. 다만, 장기에서의 Green은 초(楚)나라를 뜻하고, Red는 한(漢)나라를 뜻하여, 중국에서의 초한 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샹치에서는 직접 왕이나 나라의 명칭이 들어가 있지 않고 다만 한자로 구분되어 Red가 수(帥), Green이 장(將)이다. 뜻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으나, 똑같이 장군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영어로는 General과 Governor 정도로 약간 구분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것이 General이고 어느 것이 Governor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아마 이런 것은 중국인들의 느낌 영역에 속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King말에 대해 왕을 칭하지 않고, 장군을 쓰게 된 것은 어떤 고사에 따른 것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북조의 왕조 중 북주(당시에는 주나라이다)의 무제(이 사람때문에, 주 무왕이 장기를 만들었다는 둥의 억지 전설이 만들어진다) 치세때, 신하들이 장기를 두는 데, 자꾸 왕을 죽이고 살리고 하므로 불경하다 하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왕 대신에 장군으로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그런데 중국 장기에서 양 진영의 사이에 강이 하나 흐르는데, 그 강의 이름이 초하(楚河) 한계(漢界)이다. 따라서 초한 대전의 모티브는 그대로 상치에서도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강의 이름이 초하 한계인 줄 몰랐거나, 아무 이름이 없었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장기는 뭥미? 할 뻔하였다. 중국에서는 쓰지도 않는 왕조의 이름(초•한)을 가지고, 우리는 열심히 사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Sittuyin에서도 졸의 이름이 서로 다른데, Red의 졸(Ne)은 Demon이고, Black(Green)의 졸(Ne)은 Monkey이다. 졸의 명칭이 다르듯이 King의 상징도 다르다. Red의 왕 King(Min-Gyi)은 Da Tha Gi Ri 이고, Black의 왕King(Min-Gyi)은 Yama이다. 이것은 Rama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싯투린(미얀마)에서는 Red가 먼저 한다. Red는 어둠의 영역이다. 그런데 상치에서도 Red가 먼저 하지만, Red는 문명의 영역이어서 좋은 쪽이다. 장기(한국)에서는 Green이 먼저 한다. 한국에서 Green이 먼저 하는 이유는, 실제 역사에서 Green을 상징하는 초나라의 항우가, Red를 상징하는 한나라의 유방에게 졌기 때문에, 약자의 상징으로서 Advantage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각 나라에서 선(先)을 잡는 이유는 조금씩 틀린 것이 또한 특색이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전투의 모티브가 있고, 그에 따르는 졸의 명칭이 양측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에 있어, Sittuyin과 상치, 장기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당연히 거의 형제격인 장기, 상치와 더불어 Sittuyin의 이들 장기에 대한 근친성을 또한 확인할 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다시금 Pawn이 가지는 이동시와 공격시의 행마가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생각해 보자, 어차피 Pawn은 사(士, Counselor)가 될 기물이다. 사(士)는 사선으로 행마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awn이 결국 적진 깊숙이 돌격하여, 끝까지 다다르려면, 졸 이상의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士)와 같은 공격 역량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최소한 하나 이상의 상대 졸을 퇴치하고 적진 끝까지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때, 이미 사(士)의 역량을 발휘한 졸을 사(士)로 승격시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병사를 장군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으로 졸의 공격은 사(士)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원래부터 졸의 승격은 사(士, Counselor)가 되는 것이었다. Counselor는 겨우 사선으로 한 칸 움직이는 기물에 불과하다. 적진 끝까지 도달한 병사를 다시 회군시키고 또한 동시에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려면, 사(士, Counselor) 정도의 움직임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프로모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나, 왜? 공격을 사선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료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다.



7. 포(包, Cannon, Catapult)


포Cannon 는 매우 특이한 기물이다. 일단 Chess 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기물이다. 상치(중국)의 포 Cannon는 이동은 전후좌우 직선행마로 차와 같이 자유로우나, 공격시에는 한 말을 뛰어넘어서 공격하게 된다. 이 정도의 행마와 공격력이라면, 차 이상 강력한 기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상치의 포는 이동시의 행마와 공격시의 행마가 다르다는 점에서 Chess의 Pawn에 버금가게 특이한 기물이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포를 가지고 있는 장기(한국)에서의 포는 어떠한가?


한국장기의 포는 상치의 포와 유사하면서도 또한 매우 특이한 기물이다. 장기(한국)의 포는 이동과 공격을 모두 아군이든 적군이든 말을 하나 뛰어 넘어서 직선으로 행마한다. 이렇게 도약하여, 행마를 하므로 상치와 비교했을 때, 거의 비행기 수준이라고 할 만한 행마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상치에서는 이동은 전차처럼 하고, 공격은 말을 뛰어 넘어서 하는 것이므로 현실적인 공성(攻城)부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기의 포는 서로 포끼리는 뛰어넘을 수도, 잡아먹을 수도 없다. 이점이 특이한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장기에서는 포가 진영을 구축하는데, 쓰인다. 어떻게 보면, Pawn끼리 마주 보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포를 막기 위해서는 포가 가장 좋은 방패이므로, 포는 공격무기이면서도 수비시는 성곽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포를 쉽게 버리게 되면, 효과적인 수비를 할 수 없게 되어, 결국은 쉽게 져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장기에서 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핵심 기물, 축구로 따지면, 천재적인 미드필더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수비의 중심이면서도 공격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유하면, 차의 경우는 포워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 대포끼리 서로가 공격을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대포끼리 서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대포를 이동할 때, 뛰어 넘어서 보낸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측면에서 한국장기의 포는 매우 매력적이고, 최신형이지만, 과거 중세시대의 전투를 상상해본다면, 그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물은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 점에서 상치의 포는 매우 합리적인 행마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장기에서 포가 이러한 기물적 특성을 가지게 되는 것 또한 어떤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다만 그것을 오늘의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그러면, Chess에 없는 포는 어떻게 장기와 상치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나는 일단, 포는 Pawn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원래 Pawn은 8말이다. 이 중 2개의 말, 즉 차 앞에 있는 말은 차가 될 수 있는 차 폰이었으며, 또한 차는 원래 공성기적 행마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차는 공성기적 행마를 넘어서 이제 아주 자유로운 행마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Rook의 Pawn이 비록 승진을 하더라도 Rook의 행마를 주지 않고 공성기적 행마를 하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또는 원래의 Rook의 행마를 하는 기물의 능력을 Rook Pawn에게 부여한 것이 아닐까? 또는 Knight Pawn에게 부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Knight의 도약 능력을 제거해버린다.


어떻게 보든지 간에 공성기 행마를 하는 기물에 대한 기억은 있으나, 공성기행마를 하는 기물이 없으므로, Pawn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게 한 것이 장기와 상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백병전적 측면이 강한 Chess류의 전투형태에서 공성전적 측면이 강한 샹치류의 전투형태로 옮아갈 때, 이러한 궁성을 깰 수 있는 기물의 출현이 자연스레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중국의 전투기술상 화포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또한 단순한 Chess가 복잡한 장기와 상치로 발전한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생각이 든다. 또한 더불어 Chess에서의 Pawn의 첫 행마에서서 두 칸 행마가 가능한 것이 단순히 장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 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공성기적 행마의 기억이 남은 잔영으로 보인다. 기억의 한 편에서는 포를 출현시키고 있을 때...


한국장기에서 포는 단순히 공격 무기가 아니다. 포는 수비시에는 성이며, 공격시에는 대포이며, 또한 공성기이다. 그리고 이 포의 이동은 아주 쉬우며, 서로 상대방의 포를 공격하기는 아주 어렵다. 이러한 포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무기가 과연 존재했을까?


Chess에서 Rook은 성곽이며 또한 전차부대이다. Rook과 포는 얼마나 많은 유사점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차투랑가에서는 Elephant가 오히려, 차와 같은 행마를 보이기도 한다. 전쟁에서 코끼리 부대는 전차부대였을까? 이동하는 성채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덩치 큰 Tank와 같은 공격부대였을까? 활용하기에 달렸겠지만, 기물들은 어떤 한가지의 특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맥락적으로 발전해간다.



8. 궁(宮, Palace, Fortress)


X 표시는 미얀마의 Board에서 맨 먼저 보인다, 아슈타파다 판에서도 보인다. 아마 그러한 표시는 말을 잡지 못하는 안전지대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에 버금가는 기능으로는 캐슬링이 있을 수 있다. 동양에서는 이를 가리켜 안궁(安宮)이라고 한다. 캐슬링은 단 한 수로 끝나는 것이지만, 원래는 7수에 걸치는 먼 여정이었으며, 왕은 특수하게 Knight의 행마를 한 번 흉내내어야 했다. 그리고 수수도 길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Rook이 성벽의 이미지를 입게 되었는데.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데, 장기와 상치에서 궁성을 갖게 된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그만큼 사회가 발전하여, 군주의 권위가 높아져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장기와 체스의 발전은 그 당시의 경제적 군사적 연구에 대한 탐구와 별개로 얘기될 수 없는 탐구분야라 할 것이다.


(2010년의 글, 2012.11.16. [쓰지 않는 배: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