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기내식은 보통 메뉴가 3 개다. 소고기, 닭고기, 채식이거나, 닭고기, 생선, 채식이다. 어떤 경우에든 채식은 들어있고, 어떤 경우에든 돼지고기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채식주의자가 그리 많지 않지만,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에는 채식주의자가 의외로 많다. 인도에 진출한 맥도널드는 전 세계 동일 표준의 원칙을 인도에서는 지킬 수가 없었다. 그 대신 햄버거의 재료마저도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제공한다.
실제로 인도인은 50 % 정도가 채식주의자이지만, 막상 시내의 식당은 90 %가 채식 식당이다. 자기가 고기를 좋아한다 하여도, 상대가 육식을 꺼려한다면,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밖에서는 대부분 채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인도 외식문화의 한 단면이다.
채식주의도 100 % 채식과 우유 또는 치즈는 먹는 사람, 계란은 먹는 사람, 생선은 먹는 사람 등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고 한다. 그런데 100 % 채식인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하기란 정말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회사의 인도인 직원이랑 식사를 하러 갈 때 이야기이다. 나름 신경 써서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물론 주문 시 그의 요리에는 고기를 모두 빼 달라는 특별 요청을 하여, 차려진 요리를 맛나게 막 먹으려는 찰나, 그 친구가 앞에 놓인 소스의 성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나라는 콩으로 만든 간장이 기본 소스이지만, 베트남은 물고기를 발효하여 만드는 어간장이 기본 소스이다. 순간 ‘그 소스는 그냥 간장소스이오’ 라고 하고 싶었다. 욕망을 억눌러 진실을 고하니, 두말없이 일어선다. 고기도 생선도 아니고 고작 어간장 하나 때문에 우리는 다시금 도심의 식당가를 배회해야 했다.
돼지고기가 메뉴에 없는 것은 중동의 카타르 항공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모든 항공이 그런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나의 경험으로는 기내식에서 돼지고기 메뉴를 본 적은 없는 듯하다.
기내식 식단의 구성, 이 한 가지에도 얼마나 많은 고려사항이 들어있을지 생각하기가 오히려 두려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