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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Feb 10. 2016

한식의 세계화 1 - 냄새

조영필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도 있지만, 조리할 때 흘러나오는 냄새도 있다. 서양식당의 조리실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향긋하다. 그러나 한식당 조리실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시큼하다. 아무래도 설탕 베이스의 양식과 간장 베이스의 한식의 조리법 차이에 기인하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사실 한식당 조리실에서 나오는 냄새는 간장 냄새 보다도 더 퀴퀴한 삭은 냄새이다. 그러나 그렇게 조리실에서 나오는 냄새가 썩 유쾌하지 않아도, 음식으로 조리되어 나온 한식에 대해서 한국인은 미쳐버린다. 그것이 아마 한국인의 한국인스런 입맛이 아닐까?


한식당의 냄새가 조리실이나, 음식의 특이한 냄새 정도라면, 사실 가벼운 푸념에 불과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냄새가 옷에 배인다는 것이다. 옷에만 배일까? 아마 사람 몸에도 배일 것이다. 사람 몸에 들어간 음식의 내음이 그의 온몸의 땀구멍의 호흡을 통해 주변에 냄새를 퍼트린다. 한국에서는 고기를 굽든지 하여 연기가 많이 배인 음식을 먹고 나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주위에 조금 미안한 정도이다.


그런데 유럽에서 생활하면, 그렇지가 않다. 일단 알게 된 것은 점심을 한식당에서 먹었을 경우에 은연중에 한식의 냄새가 옷에 많이 배인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옷 정도가 아니라, 저녁에만 한 번 김치를 먹고, 아침에 입 안 구석구석 양치를 하고 왔는데도 내 몸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다. 더더욱 아찔한 것은 이 냄새가 자각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이러한 냄새가 유럽에서는 저절로 느껴진다.


런던의 한 고급 한국식당에 가서 물어보니, 인테리어와 배관시설을 6 개월마다 새로 리뉴얼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벽에 냄새가 배여서 현지인들의 항의가 많다고 한다. 물론 한식당을 개업할 때, 유럽에서는 배기 관련한 까다로운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한식인 듯, 한식 아닌, 한식의 불고기를 파는 규카쿠(www.gyu-kaku.com)에서는 연기를 아래로 빼내도록 특별 디자인한 석쇠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일단 특히 지독한 고기 굽는 냄새를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실 고기란 조리실에서 구워서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한식에서는 식탁에서 고객이 직접 고기를 굽도록 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첫째, 재료의 신선함을 고객이 직접 확인해볼 수 있고, 둘째, 요리를 좋아하는 고객이 직접 제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고, 셋째, 식당에서는 조리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점이 많다고 하더라도 단점(냄새) 하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식의 글로벌화는 세계인의 시각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냄새를 마케팅의 자산으로 삼든지, 아니면 냄새를 완벽히 제거하든지 간에, 이 냄새에 대해 어떠한 고민이나 전략 없이 한식의 세계화를 논하는 것은 한반도의 경험적 한계 속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얘기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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