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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Feb 12. 2016

한식의 세계화 2 - 반찬

조영필

한식의 특징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주식과 부식이 구분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식은 국과 반찬이 있는 음식이다. 국이 특히 습식형이요, 반찬이 있어 공간 전개형이다. 그런데, 반찬에 밑반찬이란 것이 더 있다.


밑반찬이란, 매우 한국적이고 특유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 조리의 가정적 전통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맛살라라고 하는 것이 있어 가정주부의 솜씨를 자랑한다. 우리 옛날 어머니들이 집에서 메주로 장을 담가서 음식 조리를 하였듯이 인도에서도 그 집안의 고유한 수제 소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요리가 담겨 나온다.


2003년 즈음에 LA에 가서 식당 주인들과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식은 밑반찬이 많아서 힘들다고 하였다. 왜? 그런고 하면, 한식은 기본 밑반찬이 많아 이것을 준비하고 서빙하느라 식재료비도 많이 들고 인건비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밑반찬을 남기는 경우도 많아 음식물 쓰레기 또한 골칫거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밑반찬을 없애고, 반찬도 별도의 메뉴로 정하여 가격을 매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렇게 할 경우 손님들이 이 식당 야박하다고 하면서 다른 식당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런 것은 식문화의 개선에 관한 것이므로 그들과 같은 자영업자들이 할 일이 아니라, 정부나 대기업에서 이런 음식문화의 혁신을 시도하였으면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음식을 공간 전개형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과연 한식에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특성일까? 그에 반해, 서양 음식은 시간 전개형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사실일까? 여기저기 해외를 탐방하면서, 귀동냥 입동냥으로 들은 얘기로는 서양 음식에 전식, 후식 등이 나오게 되는 것은 근세의 일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러시아 음식에서 유래하는 것인데, 러시아에서는 추운 기후 탓으로 인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음식이 바로 식어버리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 후 즉시 먹게 되었고 이것이 몇 가지 음식으로 구성이 되면서 시간 전개형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프랑스의 궁중요리에 전하여지고, 또한 전 유럽의 왕실문화가 되고 다시 계층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 오늘날 서양 음식의 시간 전개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간 전개형이 되는 것은 문명이 발달하고, 물자가 풍족하여져서 살 만해진 연후에 발달한 음식문화인 것이다. 오늘날 이제 살 만해진 우리나라에서 식문화를 시간 전개형으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인당 소비량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즉 밥 한 공기의 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끼에 들어가는 밥의 량이 일정 수준(임계점) 이하로 떨어질 때에, 한식에서의 반찬(밥을 먹기 위한)의 개념은 절대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주식과 부식에 대한 개념도 당연히 바뀌게 될 것이다.


밑반찬의 절감은 한식업의 사업화를 확산시킨다. 한국 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타국 음식과 한식의 경쟁력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때, 그 식당의 주인이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하는 것은 논외의 문제이다. 미국에서 베트남식과 타이 식당이 확산될 수 있는 기저에는 그 식당들이 돈이 되기 때문이며, 현지인의 자본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한식당은 과도한 밑반찬으로 인해, 식재료비와 인건비의 비중이 제공하는 가치에 비해 높기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지인의 자본도 유입되기 힘들며, 기업화에도 일정 수준의 한계가 그어지고 있다. 당연히 한식당의 노동력은 서울에서와 같이 조선족으로 메워지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 수준의 향상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식당은 한국인들만이 운영하는 가족형 비즈니스로 고착되고 있다.


이는 한식의 맛과 멋, 그리고 건강에 대한 가치가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떠한 나라의 음식에도 고유의 그러한 가치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어떠한 나라의 음식도 이국적인 음식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음식의 고향인 모국에서조차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향유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식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기를 바란다면, 합리와 효율의 논리를 좇아 우리 식문화를 바로 보아야 한다. 한식의 실질적인 가치가 우리나라 음식의 제공방법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 주는 형식을 찾기 위한 도정으로 우리의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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