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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에서 3번과 4번 손가락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기타 악보를 보면, 어떤 손가락으로 그 음표를 눌러야 하는지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1번은 검지이고, 2번은 중지, 3번은 약지, 4번은 소지(새끼 손가락)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도움 표시가 악보나 편집자에 따라 다른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예전에는 내가 잡기 어려운 것이 나타나면,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이 분이 표시해 놓은 것을 어떻게든 그렇게 잡도록 노력해야 해. 그래야 손가락의 능력이 향상되고 정확하고 빠른 운지가 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보통 1번과 2번 손가락의 표시는 거의 일치하지만, 3번과 4번은 악보집의 편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악보에 표시된 것을 따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편한 대로 하기도 했는데 오늘 드디어 깨달았다. 그것은...


사람마다 손가락 길이의 형태가 다르다. 보통 검지가 긴 사람과 약지가 긴 사람으로 크게 나뉜다. 보통 예술 계통의 사람들은 검지가 긴 편이고 학술 계통의 사람들은 약지가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약지가 긴 편이다. 그런데 주로 예술 계통의 검지가 긴 사람들이 달아 놓은 번호를 곧이 곧대로 따르려 했으니 그간 얼마나 불편하였을 것인가.


이런 깨달음으로 특히 2번현의 '레'와 1번현의 '솔'을 소지로 짚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 경우, 1번현의 '파#'은 약지로 잡게 된다. 이렇게 하니 운지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새로운 곡에 도전할 때마다 약지가 긴 사람들은 악보에서 3으로 표시된 것을 꼭 약지로 누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누르기가 힘든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손가락의 모양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약지가 긴 연주자가 악보를 편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따라서 3으로 표시되어 있더라도 4의 소지로 누를 수 있는지 여부를 언제든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