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제게는 이제까지 두 대의 기타가 있습니다.
처음 대학교 입학해서 기타를 사러 갔는데. 그때 아마 5만원 정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양복 한벌 가격하고도 별 차이 없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기타가게 아저씨가 아주 좋은 기타 말고 보통 치는 기타 두 개를 내놓으며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두 개가 같은 가격인데. 하나는 소리가 더 좋고 고급이지만 보통의 나무색 기타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하얀 상아색으로 된 것이지만 기타 수준으로는 나무색 보다는 한 등급 아래라고 하더군요. 저는 고민하다가 상아색으로 된 기타를 골랐습니다. 너무 이뻤거든요.
그 기타를 가지고 똥땅거리면서 노는데 실력이 왜 그리도 늘지를 않던지요.
결혼을 할 때 시골 집에서 네가 치던 기타니까 가지고 가라고 해서 신혼집에 기타 가지고 왔는데 의외로 아내가 기타 소리를 좋아하지 않네요. 결국은 부부싸움하다가 기타가 반파가 되었어요.
기타의 허리가 너덜거리고 6개의 현 중 4개만이 살아 있어서 그래도 그냥 포크기타로 치고는 했는데 그나마도 큰 아이가 어릴 때 소파에서 마침 놓여있던 기타로 뛰어내려 기타의 소리통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어요.
그러다가 10년 전쯤 아내의 후배가 유럽에서 주재원으로 있다가 한국에 들어올 때 기타를 하나 사가지고 왔습니다. 우리가 맡겨놓았던 돈으로 사온 거니까 아내의 선물인 셈이지요.
그것도 집에다 한 10년을 잘 모셔두었습니다. 어느날 기타를 치려고 보니 현 하나는 끊어져 있고 나머지도 시꺼멓게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소리는 신기하게 잘 났습니다. 그 기타를 다시 꺼내서 현 갈고 해서 요즘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 갖고 놀던 첫사랑 상아색 기타가 가끔씩 생각납니다. 정말 예쁜 기타이었거든요.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