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이런저런 글을 적다 보니까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기포자(기타포기자)가 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손톱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타레가식 직각탄현으로 연습해보면 손톱형태가 반원형태로 미끈하게 빠진 게 좋습니다. 유려하게 탄현이 되지요.
그런데 저의 경우는 중지가 문제였습니다. 다른 손톱들은 여배우의 얼굴처럼 갸름하게 모양도 좋고 이쁜데, 이 손가락의 손톱만큼은 터프한 미남배우의 턱처럼 각이 져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탄현하기 매우 불편하지요. 중간에 자꾸 손톱이 걸려서 무엇보다도 속도가 안납니다. 그래서 손톱을 깔끔하게 자르고 지두로 연습하다가 생각했습니다.
나의 손톱은 기타와는 인연이 아니다. 여기서 과감히 정리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클래식 기타를 손절한지가 어언 삼십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사선탄현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손톱이 꼭 이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직각으로 현을 튕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사각으로 현을 튕겨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즉 손톱이 현을 튕길 때 마치 삽으로 흙을 푸듯이 현을 뜯는 것이 아니라 손톱날이 옆으로 비스듬하게 미끄러지며 긋는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손톱이 잘 미끄러지도록 그 스치는 부분을 매끈하게 다듬으면 부드럽게 칠 수 있습니다.
손가락마다 또한 기계적으로 똑바로 자라나지 않고 조금씩 삐뚤빼뚤하고 또 탄현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탄현의 각도를 보면서 각 손톱을 손질합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타고난 손톱모양을 원망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타자 치는 데 불편해서 손톱을 조금 짧게 깍는 편입니다. 손톱이 길어지면 탄현할 때도 일단 조금 아프네요. 손톱이 짧아 소리가 작아지면 시끄럽다는 원성을 덜 듣는 것은 부수의 이득입니다.
손톱을 어떻게 관리해야 좋을지는 언제나 고민입니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며칠만 지나면 그새 손톱이 저만큼 자라나 있으니까요.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