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성가대 뒷풀이때 얘기해 보면 기타 잘 치는 친구들이 많죠. 그런데 클래식은 안 친다는군요. 왜 그런가 물어보니 다들 손이 작아서 포기했다고 하네요. 깜짝 놀랐지요.
왜냐하면 제가 포크 기타 안 한 이유도 손이 작아서였거든요. 특히 그 F코드에 스트로크할 때 작은 손이 받는 괴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통기타의 고수들은 모두 노래를 잘 하는 테너들이었지요. 아마도 자기 노래를 더 돋보이게 하고 싶어 어떻게든지 반주에 도전한 것 아닐까요?
그에 비해 저는 음치이니 반주를 해도 노래가 그리 아름답지 않지요. 그리고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지요. 그렇게 혼자가 된 아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클래식을 뜯으며 시간을 보낸 것일까요?
그런데 요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도전하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 손가락이 기타 친화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은 제 손가락을 보면 약지가 중지만큼 꽤 길다는 사실이죠. 보통 검지가 긴 사람들과 약지가 긴 사람들이 있는데, 검지가 긴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약지가 긴사람들은 이성적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사실 검지가 길어야 세하 잡기 좋은데, 검지는 짧고 약지가 기니까 세하 하이코드 잡을 때 약지 각이 잘 안나오네요. 길어야 할 것은 짧고, 짧아야 할 것은 오히려 기니 한숨이 나옵니다.
모두들 이러저러한 이유로 포기하고 또 도전하고 그러는데 어떻게든 그 한 고비씩을 조금씩 넘겨야 조금씩 전진할 수 있겠지요.
클래식 기타의 잘 된 연주는 아름답지만, 그 소리를 내기까지는 정말 지난한 일입니다.
(202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