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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n 29. 2023

맥도날드의 빨대

조영필

커피숍에 가면 빨대를 주는데 아주 작은 구멍 두 개가 겹친 것이거나 제법 큰 구멍 한 개로 된 것을 준다. 종이팩 음료에 붙어있는 구경 사이즈의 빨대가 적당한데 커피숍에서는 그것이 없다. 예전에는 (90년대까지는)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호로비츠의 아시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맥도날드의 공짜빨대는 구멍의 크기가 코카인을 흡입하기에 딱 적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용도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구경을 아주 작게 하거나 아주 크게 하였다는 것이다. 마약과 관련해서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 나온다.


마약쟁이들이 헤로인을 주사할 때 공중화장실을 즐겨 사용하였다. 공중화장실은 밝고 칸막이가 있으며 또 깨끗하기 때문에 헤로인을 주사하기에 적격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마약쟁이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골머리를 앓던 경찰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그들은 단 한가지만을 바꾸었다. 그것은 공중화장실의 전등의 색깔을 바꾸는 것이었다. 파랗게...... 헤로인을 주사하려면 정맥주사를 하여야 했는데 불빛이 파랗다 보니 정맥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당연히 마약쟁이들은 공중화장실을 찾지 않게 되었다.


불빛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호로비츠의 아시트에 또 나온다. 좁은 닭장에서 닭을 키우다 보면 닭들이 싸우게 되는데 이때 약간의 상처로 피가 나는 닭이 생긴다. 그런데 닭들은 그것에 흥분한 나머지 상처난 닭을 더 쪼아대기 때문에 멀쩡한 닭들이 죽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도 간단했다. 닭장의 전등을 붉은색으로 교체한 것이다. 닭들은 피가 나도 붉은 등으로 인하여 분간하기 힘들게 되었다.


물이 부족한 것을 알려주는 화병이나 가스가 떨어지는 것을 기울기로 알려주는 가스통 같은 경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기법이다. 중력을 활용하여 교체시점에 무게 중심이 이동하도록 한다. 한 맥주회사는 온도를 이용하여 맥주광고를 한 적이 있다. 맥주의 가장 맛있는 온도가 섭씨 7도인데 그 온도로 냉각이 되면 라벨의 마크가 파란색으로 바뀌어 역시 보이지 않는 그 맛의 최적 시기를 쉽게 알려준다. 이러한 기법은 프라이팬에도 응용되었다. 음식을 굽는데 가장 알맞은 온도는 섭씨 200도이다. 따라서 어떤 프라이팬은 굽기에 적당한 온도가 될 때 색깔이 바뀐다. 이렇게 온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도록 하는 염료는 온도를 측정한다고 해서 '시온안료'라고 하는데, 카멜레온 잉크라고 알려져 있다.


아시트에서는 이처럼 대상을 교체하거나, 그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고도 단지 그 물체의 속성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속성변환'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사례로 든 색깔(빛), 무게(중력), 온도 외에도 소리, 냄새(화학), 전기, 자기 등 다양한 속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계에 적용된다면 마음이나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일 것이다.


전쟁에서는 성동격서(聲東擊西_소리)나 사면초가(四面楚歌_노래)의 고전적 사례가 있다. 또 포위되어 군량이 떨어졌을 때 강 상류에 백회(白灰)를 풀어 적이 이를 쌀뜨물로 착각하게 만든다거나, 밤에 횃불을 피우고 소리를 내어 군대가 기존 위치에 그대로 있는 것처럼 하는 기만전술은 언제나 많이 회자된다.


사회생활 중에도 갑자기 귀가 빨개지거나 눈꺼풀을 깜박이는 사람을 종종 보곤 한다. 이는 보통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 대신 눈물연기에는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만이 절대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이런 행동들은 자율신경계에서 작용하여 의식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을 속여 발등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도 속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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