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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ug 12. 2023

전면주차

조영필

한국에서의 주차는 보통 후면주차이다. 주차공간이 벽에 직각으로 그려져 있다. 전면주차는 입차각이 잘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차의 주차 이후 다른 차량들의 주차상태나 이면주차*에 따라서는 후진으로의 출차가 꽤 힘들 수 있다.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전면주차를 선호하였다. 일단 마트의 주차공간이 사각(斜角)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전면주차가 꽤 편하다. 출차할 때도 그냥 후진해서 나오면 그만이다. 그리고 주차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곳에도 사람들은 우선 앞으로 넣는다. 이후의 일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낙천성과 자신감이라고 할까?


한국에서도 건물이나 화단이 있는 곳에서는 전면주차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후면주차시 배기구의 매연으로 인해 건물이나 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도 한국인들은 많이들 후면주차를 한다. 왜냐하면 양옆의 주차공간에 차가 있을 경우에, 전면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전면으로 주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독일에 갔을 때, 먼저 온 동료로부터 전면주차하는 요령을 전수받았다. 그것은 차폭 1대 반 정도(차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지나간 다음에 핸들을 꺽고 후진하면, 전면주차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면주차시 잘 사용하는 고마운 기술이다.


전면주차와 후면주차는 조삼모사 같은 느낌을 준다. 주차할 때 전면으로 주차하면, 나올 때 후진으로 빼야 하니 불편하다. 주차할 때 후면으로 주차하면, 주차할 때는 귀찮아도 나중에 나올 때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 좋다. 어떤 면에서 한국사람들은 전면주차하는 운전자를 게으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뒷일을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편함을 쫓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다른 면에서 독일사람들은 후면주차하는 운전자를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 사서 고생을 미리 하느냐고 할 법하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데 말이다.


주차공간은 그대로인데, 차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이래저래 후면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차들의 전자시스템도 더욱 좋아져서 주차상황이 운전자의 화면에 모니터링되니 그리 편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게 다 뭐꼬? 할 때가 올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주차하든가, 차 아닌 다른 탈 것을 타든가, 주차공간의 형태가 바뀌든가.


나의 독일에서 특훈받은 전면주차 실력뿐 아니라, 옛날 영업사원 시절 터득한 평행주차 실력도 아직 제대로 다 써먹지도 못했는데 세상은 벌써 저만큼 아득히 멀어져간다.



Note:

*이 용어는 원래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것을 뜻한다. 이면도로는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고 차선이 없는 주택가 골목길을 말한다. 그러나 의미가 확장되어 '주차장의 주차면(주차단위구획) 이외의 장소에 주차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그러다보니 이면(裏面)이란 한자의 뜻과는 멀어졌다.(나무위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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