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서유럽사람들은 처음 만두를 보면, 자신의 식문화에 없는 이상한 음식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러시아 사람들은 대번에 '펠메니(пельмени)'라고 말한다. 펠메니에서 펠은 귀를 가리키는 것으로 '귀처럼 생긴 빵'이라는 뜻이다. 펠메니와 한국만두를 비교하면 펠메니가 보다 만두의 원형에 가깝다. 즉, 펠메니는 고기를 만두피로 감싸서 물에 중탕으로 단순하게 끓인다. 펠메니를 우려낸 물은 수프로도 사용한다. 만두속에 고기 외에 다른 것은 들어있지 않고 만두피는 상당히 두껍다. 처음 한국만두를 맛보는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만두의 맛에 반하지만, 이것을 먹고 한끼 식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실망한다. 그들에게 펠메니는 한끼 식사 대용임에 비해, 한국만두는 비싼 간식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람과 달리, 유럽사람들은 자신들의 식문화 전통에서 유사한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런데 내가 만두와 비슷한 것으로 '라비올리(ravioli)'가 있다고 말해주면, 그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라비올리는 그냥 파스타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파스타는 이태리의 밀가루 음식의 총칭으로 라비올리는 스파게티 등과 함께 파스타라는 거대한 개념 속의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 만두와 라비올리의 유사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사실 라비올리에 만두속이 있기는 하지만 그 종류가 워낙 많고 또 그 만두속에 고기가 들어가는 것은 약 20%정도에 불과하니 그럴 만도 하다.
라비올리로 서유럽사람들과 다툴 필요가 없이 가장 확실한 서유럽 전통에서의 만두 후보는 독일의 '마울타셰(Maultasche)'이다. 그 이름은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주머니란 뜻의 '타셰(Tasche)'를 단서로 주머니 안에 재료를 갈아 넣어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 가장 신빙성 있게 느껴진다. 이 음식은 독일 남부 슈바벤(Schwaben) 지방의 특산음식으로 으깬 고기나 시금치, 빵, 양파를 속에 넣고 만든다. 그런데 독일의 다른 지방 사람들은 이런 음식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태리의 파스타도 21세기 접어들어서야 전 유럽에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마울타셰도 최근에 들어 조금씩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라비올리는 기본적으로 파스타류의 음식이지만, 마울타셰는 파스타와 결이 다른 음식이다. 디자인은 라비올리 느낌이라 할 수 있으나, 만두피와 만두속의 단순함은 펠메니 느낌이 강하다. 러시아의 펠메니가 몽골의 러시아 지배로부터 전래된 식문화로 본다면, 마울타셰는 어떻게 영향을 받은 것일까? 나는 아마도 그것은 훈족과 마자르족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들 유목민들은 로마말기에 프랑스 일대까지 진격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13세기까지는 독일 남부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기가 귀한 탓에 만두속으로 고기 외에 두부 등 다양한 다른 재료를 넣어서 만들었다. 그리고 식품공전 규칙상 만두를 제품으로 출시하기 전 초벌로 쪄야 한다는 규정이 언제부터인가 생겼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식품유통시의 위생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처음의 목적이었겠지만, 또한 한국만두의 부드러운 특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훌륭한 만두라고 할지라도 만두속에는 항상 고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직수출할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었다.
만두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의 만두전문가가 벨기에의 새벽시장에 갔다. 거기서 채취한 현지의 재료로 레시피와 공정을 만들어 생산한 현지 OEM의 한국만두는 정말 걸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비릿하게 느껴졌으나, 조금 익숙해지자 이제는 그 맛을 언제라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유럽사람들은 후라이팬에서 기름을 살짝 둘러 만두를 구워내는 음식조리에 취약하므로 현지인들과 함께 다양한 조리방법을 연구하였다. 찜기로 쪄서 먹어보기도 하고 오븐에 구워서 먹어보기도 하였다. 어떤 경우에도 이 만두는 그 향긋하고 두터운 맛을 선사하였다. 아마도 만두 중에서 최고의 만두는 그때의 그 한쿡HanCook 만두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