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모 인사가 특강을 하는데, 불교에서 왜 육식을 금하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나는 부처님이 사슴고기(또는 멧돼지 고기)를 먹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 연사를 초청한 사람이기에 그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한다. 부처님께서 돼지고기를 먹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의 말을 듣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본인이 만든 계율대로, 시주가 주는 대로 받아서 어떤 음식이든지 남김없이 먹어야 했던 모든 수행자의 스승이 드신 그 고기는 바로 돼지고기가 맞았다. 그리고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죽음을 맞으신다. 각자覺者는 그렇게 육신이 요구하는 고통을 다 받으시고 우리에게 법을 남겨주신 채 열반하셨다.
출처: 불교신문, 조병활, 2006.1.16.
〈마하파리닛바나숫탄타〉의 기록처럼 대장장이 춘다가 바친 ‘스카라 맛다바’라는 음식을 먹은 부처님은 심한 병에 걸렸다. 피가 섞인 설사가 계속됐다. 지긋이 고통을 감내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아! 우리들은 지금부터 쿠시나가라로 가자.” “알겠습니다.” 쿠시나가라로 가던 도중 부처님은 길 옆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았다. “아난아! 상의를 네 겹으로 깔아라. 피곤하니 조금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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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이 보이지 않자 부처님은 그를 불러 “아난아! 나의 입멸을 슬퍼하거나 한탄해서는 안 된다. 너에게 항상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일지라도 마침내는 별리(別離)의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해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만류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 아난아! 너는 참으로 오랫동안 나를 시봉하고 사려 있는 행동으로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심으로 시봉했다.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에 노력해 빨리 번뇌 없는 경지에 도달하도록 해라.” 아난을 달랜 부처님은 “쿠시나가라 말라족 사람들을 전부 데려오라”고 말했다. 말라족 사람들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부처님께 예배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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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이룬지 45년. 그 동안 인도 중부 곳곳을 맨발로 다니며 자신이 체득한 진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준 부처님. 이제 그는 80세의 늙은 몸을 이끌고 ‘위대한 낙조(落照)’를 세상에 드리우려 하고 있다. 최고의 선인 니르바나(열반)를 향해. 무우수無憂樹 아래에서 태어나 보리수菩提樹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고 길에서 가르침을 폈던 ‘맨발의 성자’ 싯다르타. 열반 직전의 그는 어렴풋이 출가 시절을 떠올렸다. 평안과 권력이 보장된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그는 왜 집을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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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먹고 설사하고, 결국에는 열반에 든 ‘스카라 맛다바’란 어떤 음식일까. ‘돼지 말린 고기’(乾肉)나 ‘연한 돼지고기 요리’ 혹은 ‘버섯요리(食用菌)’의 일종이라고 학자들은 파악한다. 한역(漢譯)경전에는 ‘전단수이(栴檀樹耳. 전단나무에서 자라는 버섯)’로 돼있다. ‘귀(耳)’라는 것이 전단수의 ‘눈(芽)’인지 ‘균(菌)’인지 분명치는 않다.
〈장아함경〉 2권 ‘유행경’에는 “세상 사람들이 기이하고 진귀하게 여겼다”고 적혀있다. 때문에 춘다는 이를 대단히 진기한 것으로 여겨 특별히 부처님께 공양했을 것이다. 부처님도 이 음식의 속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듯하다. “춘다여! 스카라 맛다바는 모두 내 앞으로 가져오고, 비구들에게는 다른 것을 올리도록 해라”고 〈마하파리닛바나숫탄타〉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찌하나 히데미끼(立花俊道)는 〈고증 불타전〉(시인사. 1982년 번역출간)에서 “부처님은 자기 혼자 그 공양을 받고 다른 비구들을 중독으로부터 구출했다”며 “이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미야사까 유우소우(宮坂宥勝)는 1975년에 펴낸 〈부처님의 생애〉(불교시대사. 1992년 번역출간)에서 “남은 스카라 맛다바를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버리게 한 것은 여래의 신성불가침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카라 맛다바는 여래조차도 소화할 수 없었던 셈이고, 여래만이 소화한다는 금기가 여기서 깨졌다”며 “그래서 여래를 소화불량에 걸리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음식이라면 야생돼지고기나 버섯, 그 이외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소화불량과 죽음으로 드러난 ‘여래의 불완전성’이 역설적으로 ‘법신(法身)의 영원성’을 논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