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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n 22. 2017

다테에 대하여

조영필

추석때 일본 북해도 3박4일 여행을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그 여행상품은 전일정 식사가 제공되고, 또 온천이 두 번 있어서, 노인에게는 꽤 괜찮은 일정이었다.


그 중 좋았던 곳은 노보리베츠 다테 시대 마을(登別伊達時代村)이었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이다. 내가 왜 이 먼 홋카이도오까지 와서 에도시대 마을을 구경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기는 했다.


이곳에서는 게이샤쇼와 닌자쇼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귀신의 집 같은 '닌자 저택'과 '요괴 오두막' 그리고 '고양이 절'은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고양이 절'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아주 무서워하시고, 제대로 길을 못 찾아, 거기서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간이 콩알만해져서, 하마트면 입구로 다시 돌아나올 뻔 했다. 핸드폰에 플래시 앱을 깔아두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하던 시간이었다.


단체의 경우, 노보리베츠 다테 지다이 무라 테마파크의 정문 맞은편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요리가 이국적이면서도 맛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에도시대 마을에서 내가 정작 놀란 것은 따로 있었으니, 이 시대촌의 정문 양옆으로 장식된 에도시대의 다이묘 다테 마사무네와 그의 가신 가타쿠라 코쥬로의 입상때문이었다. 이들과 시대촌에 대한 안내글을 읽고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다테 마사무네의 한자가 이달정종(伊達政宗)으로 씌어져 있었다. 즉 이곳 홋카이도오의 노보리베츠 지역을 개척한 사람들이 바로 다테 가문인 것은 알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달(伊達)로 써놓고 다테로 읽는다는 것은 좀 수긍이 되지 않았다. 일본어 한자읽기의 상식으로 伊達을 발음하게 되면, 최소한 이다츠 또는 이다치 정도로 발음이 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그냥 다테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코다테(函館)의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였는데, 하코다테는 원래는 箱館(상관)이었다가 函館(함관)으로 한자만 바뀌었으며, 그 관청의 건물이 상자 같아서 그렇게 불리었을 뿐, 다테가의 독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여행 중에는 의문만 가득 안고 있다가, 귀국해서 하나씩 찾아보았다. 다음은 하나씩 알게 된 사실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1. 다테씨는 후지와라노 우오다(721~783)의 후손으로 1189년에 쇼군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에 의해 다테 군에 봉해졌다. 다테씨라는 이름은 다테(伊達)군에서 유래한다.(위키피디아)

*伊達 지역 인근의 安達은 비슷한 지명임에도 안(安)이 생략이 되지 않고 아다치로 읽힌다.

→ 그렇다면, 다테(伊達)군은 어떻게 해서 그러한 지명이 된 것일까?


2. 후쿠시마의 다테(伊達)는 그 지역의 伊達神社를 따서 伊達로 불리게 된 것이다.(일본 구글)

→ 그렇다면, 伊達神社는 어찌해서 그렇게 불리워진 것일까?


3. 후쿠시마의 伊達神社는 하리마국(播磨國, 지금의 효고현 일부)의 伊達神社가 이주한 것이다.(일본 구글)

→ 그렇다면, 하리마의 伊達神社는 어찌해서 그렇게 불리워진 것일까?


4. 하리마국의 因達里에 있던 伊達神을 모셨던 사람들은 伊楯씨인데, 모노노베(物部)씨의 일원으로서 궁정 12門 중 내측 伊楯門을 수호하였다. 이들은 중앙에서는 헤이안기(平安期)에 그 자취가 사라지나, 지방으로 이주하여, 伊達씨가 되었다.(토쿄블로그)


5. 이즈모(出雲)의 신사에 韓國伊太氏神이 있고, 이는 伊太代神, 射楯神이며, 또한 五十猛神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토쿄블로그)

→ 伊太代神, 射楯神(이다테신)은 이즈모에서 출발하여, 점차 일본 각지에 산개하게 되므로, 한국과 관련있는 신으로 보인다.


6. 다테씨는 처음에는 이다테, 이다치로 불리다가 1406년부터 다테라는 표기가 보이나, 1613년 로마교황에게 전달한 다테 마사무네의 서한에 Idate Masamune로 적혀 있어, 에도시대에는 이다테와 다테를 혼용한 것으로 여겨진다.(위키백과)

*결론적으로 伊達을 다테로 호칭하게 된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일본사람에게 단어앞의 [i]음은 그리 중요한 구별 음소가 아닐지도...^^


7. 다테씨가 모노노베(物部)씨의 일원이라는 토쿄블로그의 글과 또 다테씨가 후지와라(藤原)씨 북가의 후손이라고 하는 위키백과의 글은 서로 상이하므로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노노베씨와 후지와라씨는 둘 다 소가(蘇我)씨에 적대한 다이카(大化)개신 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상의 조사를 통해, 伊達의 원형은 伊楯, 射楯(idate)이므로, 伊는 射(i)의 음차, 達은 楯(tate)의 음차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伊達은 이다테의 음차라고 할 수 있으며, 다테는 이다테에서 '이'음이 탈락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실 다테의 독음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이유는 만약 伊達이 다테이라면, 伊가 '다'로 발음되고 達이 '테'로 발음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伊가 '다'로 발음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며, 達이 '테'로 발음되는 것과 함께 둘 다 훈독이 아닐까 생각하였던 것이다. 달(達)은 우리 고어에서 땅과 같은 뜻이며, '테'를 '데(곳)'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땅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이(伊)가 '다'인 것이 문제인데, 일차적으로 한자사전에 찾아보면, 이(伊)의 훈은 '저'이다. 따라서 '저'가 '다'로 전음된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하였던 것이다. (최남희의 글에 신라시대에 이(伊)가 저(自)의 음을 가지는 것으로 삼국사기 지리지를 대상으로 재구한 것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이(伊)가 무슨 다른 특별한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라의 최고위직 관직으로 이벌찬(伊伐)이 있다. 이 관직명은 다른 표기로 서불한(舒弗邯/角干)이며, 소 + 뿔 + 칸 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벌(伐)이 '뿔'을 뜻하므로, 이(伊)를 '소'에다가 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즈모의 주신인 일본신화의 스사노오미코토(素箋鳴尊)도 우두신(牛頭神)으로 알려져 있다. 伊達神은 스사노오미코토의 아들신(五十猛神)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이즈모 계통의 신(신라신)이므로, 이달(伊達)의 이(伊) 역시 소(牛) 를 의미하는 부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伊)는 쇠(金)/새(新)를 뜻하는 것은 혹시 아닐까? 그렇다면, 이달(伊達)의 뜻은 '새 땅'(신천지 또는 최고의 땅)이 된다. 이는 서벌/서라벌(金城)과 동일한 계통의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은 이 말이 원래 '새 땅'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전승하지 못하여, 다만 '쇠머리' 또는 '쇠들' 같은 음을 우두(牛頭)로 훈차하거나, 이달(伊達)로 표기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일본에서는 射楯(idate)의 뜻으로 이해되어져, 다테가는 그 훈독인 Idate나 Date로 발음한 것은 아닐런지요?  


한편, 아래 학계의 정설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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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어에서 각(角)은 에베르(eber: ebur)로 읽히므로 이벌(伊伐)과 각(角), 찬(湌)과 간(干)은 같은 음의 다른 표기이다. 또한 각의 뜻은 뿔로 옛 글자는  

이고, ㅅ블은 은 서불(舒弗)을 한 글자로 합쳐서 표현한 것이다. 서불은 오늘날 서울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서 사로(斯盧)에서 비롯한 표기이므로 서불한은 곧 사로의 수장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한편 각간은 주다(酒多)라고도 표기하였는데, 주는 술로서 서불한을 수붏한 또는 숧한을 그처럼 표기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발한 [Seobalhan, 舒發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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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 이벌찬이 사로의 수장이라는 것은 양주동 박사가 처음 주장(京Khan)한 것임

2. 신라 관직명을 몽고어로 재구를 한다면, 신라어가 투르크어(흉노어)적 특성을 보인다고 하는 강길운의 「고대사의 비교언어학적 연구의 이론」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투르크어의 기층에 몽고어가 있어야 한다.

3. 이벌찬은 몽고어와 비교하여 추론이 될지라도, 이벌찬 이전의 최고 관직인 이찬에서의 이(伊)가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伊)에 관해 생각해볼 때, 이사부의 이종(伊宗), 태종 그리고 이사부와 이름이 유사한 이차돈 등도 함께 언어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이들 인명에서의 伊/異斯/異次에는 '읻+브다'라는 동사의 어간인 '읻'의 뜻이 있다는 설을 웹에서 봄)  


대가야신화에서의 천신 이비가지나 대가야 시조 이진아시왕 그리고 일본신화에서의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신들의 이름에 있는 '이ㅂ/ㅈ~'에 대해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말과 글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발음에도 생략에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단은 사소하게 출발해도, 검증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일관된 논리로 모든 것이 밝혀질 날이 오리라고 희망해 본다.


(2015.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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