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 젬선생
그리스 에게해에 산토리니라는 섬이 있다. 나는 그 섬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섬이 기원전 1600년경, 테라라는 큰 화산의 폭발로 탄생한 섬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테라 화산의 폭발은 엄청난 사건으로서 당시 번성하던 크레타섬의 미노아 문명을 몰락시킨 자연재해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테라 섬 화산의 폭발로 섬 중심부는 가라앉고 섬 가장자리의 높은 지대가 수면 위로 남아 현재 우리가 보는 산토리니 제도의 여러 섬이 되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아틀란티스 대륙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는 현대 고고학계와 지질학계에서 '아틀란티스-테라 가설(Thera Hypothesis)'로 이미 제안되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티마이오스(Timaeus)』와 『크리티아스(Critias)』에서 그리스의 현자 솔론(Solon)이 이집트 여행 중 사제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그때 그 바다는 항해가 가능했었네. 그대들 그리스인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입구 앞쪽에 한 섬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섬은 리비아와 아시아를 합친 것보다 더 컸다네. [...]
그러나 나중에 유난히 강력한 지진과 홍수가 일어났고, 하룻밤과 하루 낮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대들 중 전쟁 능력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땅 밑으로 한꺼번에 가라앉았으며, 아틀란티스 섬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바닷속으로 잠겨 사라져 버렸다네." — 『티마이오스』 24e-25d (박종현 역 참조)
"그들은 또한 섬의 여러 곳에서 광물을 채굴했는데, 고체 상태의 것이든 용해된 상태의 것이든 간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얻었네. 특히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지만 당시에는 이름보다 더 흔했던 '오리칼쿰(Orichalcum)'이라는 금속을 섬 곳곳에서 캐내었는데, 이것은 금을 제외하고는 당시 존재했던 금속 중 가장 귀한 것이었지. [...]
중심부의 섬 주위로 그들은 은으로 덮인 외벽을 쌓았고, 그 위쪽에는 금으로 덮인 첨탑들을 세웠네. 내부의 천장은 상아로 만들었으며, 금과 은 그리고 오리칼쿰으로 장식했지." — 『크리티아스』 114e-116d (박종현 역 참조)
플라톤은 아틀란티스가 지진과 홍수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사라졌다"고 기록했다. 테라 화산의 분화 당시,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쏟아져 나오면서 섬 중앙부의 기반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섬의 중심이 거대한 구멍처럼 무너져 내렸는데, 이것이 바로 산토리니 섬이 둘러싸고 있는 바다인 칼데라(Caldera)이다. 당시 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섬 자체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플라톤은 아틀란티스 수도가 물과 육지가 교대로 반복되는 동심원 형태였다고 말했다. 화산 폭발 전의 테라 섬은 중앙에 원형 봉우리가 있고 그 주변을 고리 모양의 지형이나 운하가 감싸고 있는 형태였을 가능성이 크다. 칼데라 주변의 화산재에 덮여 박제된 '아크로티리'(Akrotiri) 유적의 복원에 따르면, 당시 미노아인들은 섬의 지형을 이용해 정교한 항구와 도시를 건설했다. 이 독특한 원형 지형이 후대에 전해지며 아틀란티스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었을 수 있다.
플라톤의 기록 중 흥미로운 대목은 아틀란티스가 가라앉은 후 "그곳은 얕은 진흙 늪이 되어 배들이 항해할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화산 폭발 직후 바다에는 물에 뜨는 성질을 가진 '경석' 조각들이 엄청난 양으로 뒤덮인다. 이 경석들이 바다 표면을 가득 채우면 마치 거대한 진흙더미나 육지처럼 보여 실제로 배가 지나가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의 산토리니 칼데라 바닥은 수심이 매우 깊고(최대 400m), 폭발 당시 무너져 내린 암석과 이후 수천 년간 쌓인 화산재로 덮여 있다. 만약 칼데라 중심부에 도시가 있었다면, 그것은 단순히 잠긴 것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지반과 함께 수백 미터 아래로 매몰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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