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혁명'을 의미하는 단어 'Revolution'이 오늘날과 같이 '급격한 정치적 변혁'의 의미로 쓰이는 것은 17세기와 18세기의 여러 정치적 사건을 거치면서 밟아온 의미 변화의 과정이 담겨 있다. 그전까지 이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 1543)에서 보듯이 르네상스 시기까지 이 단어는 천문학의 용어로 쓰였다. 라틴어 revolutio(되돌아가다, 돌다)에서 유래한 이 말은 행성이 궤도를 따라 돌아 제자리로 오는 '회전'이나 '순환'을 의미했다.


정치적 맥락에서 이 용어는 영국의 왕정복고(1660) 때 처음 등장하였다. 1660년 크롬웰의 공화정이 끝나고 찰스 2세가 즉위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정치적 질서가 제자리로 돌아온 회전'으로 보았다. the Revolution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구질서로의 원복인 Restoration보다는 르네상스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자연의 이법에 따르는 느낌을 주었기에 해당 사건을 가리키게 되었다.


1688년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부터 Revolution은 정치적 사건에 쓰이게 되었다. 제임스 2세를 축출하고 윌리엄 3세를 추대한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왕이 침해한 '잉글랜드인의 고유한 권리'와 '프로테스탄트 질서'를 되찾으려 했다. 이는 17세기 사람들에게 천체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듯, 잘못된 통치를 바로잡아 전통적인 법치 상태로 돌아가는 정상화를 의미했다. 이로부터 이 용어는 '원래의 질서로 회복시키는 중대한 정치적 변혁'에 대한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 독립 전쟁(American War of Independence, American Revolutionary War, 1776년)은 시작과 끝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식민지인들의 초기 구호는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운 권리를 달라는 게 아니라, 영국 본토인들이 누리는 '영국 시민으로서의 전통적 권리'를 자신들에게도 회복시켜 달라는 요구였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토머스 페인의 《상식》 같은 저작이 퍼지자, 사람들은 "영국 왕정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 아예 왕이 없는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의 질서로 돌아가는 대신, '성문 헌법'과 '민주 공화국'이라는 전혀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기에, 이때부터 'Revolution'은 '회복'이 아닌 '진보와 변혁'의 의미를 갖추게 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영필 Zho YP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물고지돕. 호기심 탐구자. 탐구 대상 : 시, 몸과 마음, 장기와 바둑의 기원, 돈, 한국어와 외국어, 문통(問洞), 기업가정신, 신뢰, 민주, 법치, 중독, 세계, 역사.

1,19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