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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Q 립 2 나

역마살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중학교 1학년 때 사회 시간은 너무 재미있었다. 선생님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셨는데 아주 생생하게 세계 각국의 상황을 들려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무척 궁금했던 나는 선생님께 여쭤보고야 말았다. '선생님은 그곳을 다 가보셨어요?' 선생님은 가타부타 말씀은 없으시고 그냥 쓴웃음만 지으셨다.


이제는 내가 선생님의 말씀하시지 않은 대답을 알 듯하다.


"정말 직접 가보고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심정으로 책을 읽고 그 지식으로 얘기해줄 수밖에 없어 너무나 안타깝구나! 나도 정말 그곳이 어디인지 가보고 싶구나!" 선생님의 마음속 말씀을 옮기려니 지금도 못내 죄송하고 가슴이 뭉클하다.


나는 사회에 나가면 당연히 외국에도 나가보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90년대에 그런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무지렁이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또 기회는 예기치 않게 왔고 나는 어줍잖게 반벙어리, 반귀머거리인 채로 넓은 세상을 구경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질문이 아련히 떠오른다. 선생님은 그 많은 곳을 다 가보셨어요?


그 질문은 오히려 내게 던진 화살처럼 끝도 없이 시간을 돌아 세상을 구경하도록 오늘도 나를 충동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