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어릴 때 나는 지도를 좋아하였다. 아마도 지도를 보고 글자를 깨쳤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도 지도만 하나 쥐어주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엔 국내 지도와 세계지도를 거의 다 외우고 있었다.
어느 날 형제 간에 지구본으로 세계 지명 찾기 시합을 벌였다. 서로 문제를 내고 몇 분 안에 찾는 놀이였는데 금세 찾아버리곤 하였다.
마침내, 큰 형이 아우들에게 비장의 카드를 제시하였다. '하이귀투운'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지구본을 돌려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우린 결국 포기하고 큰 형에게 그곳이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곳은 바로
나이지리아, 카메룬, 적도기니가 있는 서아프리카의 'ㄱ'자로 굽은 곳이었다. 워낙 좁은 곳에 지명들이 서로 다닥다닥 엉켜 있어 정말 그럴 듯하게 '하이귀투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