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사면초가는 고립무원과 통하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이 말에 대해 익숙하였다. 꽉 막혀 포위된 답답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이 사자성어에서 초가는 '초가집'할 때의 초가(草家)’라 지레짐작하였다. 아마도 사방에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들의 폐허같은 상황을 떠올렸던 듯하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그간 어떠한 의문도 없었다.


사면초가에서의 초가가 초나라 노래라는 뜻의 초가(楚歌)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고정관념의 균열음이 들렸다. 유래를 살펴보니 초한대전에서 한의 한신이 초의 군대에게 가한 무기 외적인 공격이었다. 그런데 이 공격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다. 심리전의 효시로서 오늘날의 '대북방송'에 다름 아니라고 한다.


갑자기 이 사자성구에 범상치 않은 점이 느껴졌다. 미심쩍은 무언가가 더 있었던 것이다. 만약 심리전이라고 한다면 한국전의 중공군처럼 꽹과리를 울려야 할 것이다. 왜 초나라 군대가 듣고 싶어 하는 초나라 고향노래를 들려준다는 말인가?


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에서 두 팀이 겨루는데 경기는 어느 한쪽이 항복해야 끝나는 무제한 시간 규칙이다. 그렇다면 우리팀 응원단은 우리팀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응원가를 부르면서 상대팀에게는 야유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우리팀 응원단이 상대팀의 응원가를 불러준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가지 조건이 더 있긴 하다. 상대팀의 상황이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때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고양이가 쥐를 코너로 몬다. 그리고는 갑자기 찍, 찍 거려 본다. 쥐의 심정은 어떨까?


단순한 추측으로 당시 초나라가 민요가 뛰어났고 다른 지방에서도 듣고싶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굴원의 어부사도 있으니 말이다.


초나라와 대치하던 한나라 군대에는 붙잡힌 초나라 포로들이 많았다. 한나라 장수 중 한 명이 갑자기 군중(軍中)의 유흥으로 포로에게 그 유명한 초나라 노래를 시켜본다. 그런데 갑자기 포위되어있던 초군의 이탈자와 투항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우연한 인과가 사면초가 전략으로 이행하였다면 이것은 수긍이 가는 귀납적 사고이다.


단순히 사람의 꾀로만 연역적으로 이 전략이 창안되었다고 보기엔 너무도 오묘한 전략이다.


이 전법이 제대로 먹혀들면, 패왕별희가 된다. 그러나 그게 안 먹혀들면?


프랑스 백성들이 시위를 벌였다.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백성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를 듣고 실소한다. '빵이 없으면 죽음을 달라'라고 한다고 하자.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나요?'하고 반문한다. (사실은 그녀의 시누이가 한 말이고 고기나 케이크가 아니라 고급 빵인 브리오슈였다. (인터넷 참조))


이 말을 듣고 발화점을 넘긴 프랑스 백성들은 권력의 통제기구인 바스티유 감옥을 파괴하러 간다.


때로 초가(楚歌)는 상대를 우롱하여 좌절케도 하지만, 이따금은 그 힘이 역으로 작용하여 견고해 보이던 사슬을 깨트릴 때도 있다.


청년 실업에서 '열정 페이' 그리고 장년 실업에서의 '실버 창업' 장려가 진정한 신 사면초가가 아닌지? 사면초가 안 당해본 사람은 이 궁지의 깊이를 이해하기 힘드리라.


Note:

사면초가는 마지막 피니시 블로우, 그리고 우롱. 이간책이며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