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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l 25. 2016

바둑의 기원 5 - 믹망과 협식

조영필

7) 티벳 바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반면 운영 중의 특이 규정이다. 그것은 사석을 잡은 자리에 바로 놓지 못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을 채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You must wait one move before killing any one-eyed group or before playing where a stone, or stones have been captured.(Peter Shotwell, 'Go in Snow')


한 집인 말을 죽이기 전 또는 사석을 들어낸 자리에 착수를 하기 전에 한 수를 쉬어야 한다.


통상 우리가 패에 대해서 팻감을 써는 것은 '동형 반복금지의 원칙' 때문이다.


패 하나 생긴다고, 그 바둑을 비긴 것으로 하고, 그만둘 수는 없기에 패에 대해서는 다른 자리에 한 수를 쓴 후에야 (팻감을 쓴 후) 다시 원하는 그 자리에 둘 수가 있다. 그러나, 패보다 더 복잡하고,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삼패,  장생 등의 경우에는 동형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이 금지의 원칙을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원칙이라고 쉽게 부르지 못하는 것은 홍길동의 호부호형보다 더 안타까운 바이다.


그런데 티벳의 경우에는 동형 반복금지의 원칙이 아니라, '자비의 원칙'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패의 형태뿐 아니라, 사석을 잡은 자리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자비의 원칙에서 나오는 것뿐일까?


8) 티벳 바둑에서는 계가시 사귀생을 당한 쪽에 20 포인트(40집, point=子)의 페널티를 물리고, 통어복을 획득한 쪽에는 5 점(10집)의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 월간바둑에서 확인되는 시킴 바둑의 기술에 따르면, 사귀생에 30집, 통어복에 20집이라고 되어있다. 세부 사항은 조금 달라도 사귀생 통어복이 합계 50집인 것은 같은 셈이다.


현재 티벳은 중국의 국가 영역에 속하므로, 프리미엄과 페널티를 중국 바둑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1 점(point)은 1 자(子)이며, 한국 기준으로는 2집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월간바둑 2005년 8월호의 장주주 루이나이웨이 부부의 티벳 바둑 보고에 따르면 팔보도(八寶圖)라는 계가 규칙이 하나 더 보인다. 팔보도를 완성하면, 8 자(16집)를 얻는다는 것이다. 팔보도 규칙의 세부내용이 궁금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귀생과 통어복 그리고 팔보도 모두 배자와 관련된 규정일 것이다.


이밖에도 티벳 바둑의 특징은 더 많이 있다. 예를 들면, 9) 반상 위의 정형화된 설전(舌戰, Tongue Fights), 10) 동물들을 형상화한 바둑용어, 11) 천원의 금강저(vajra) 문양, 12) 그 외 뵌교나 불교와 관련된 전승 등 끝이 없는 이야기이어서 논지가 흐려질 수가 있다.


따라서 티벳 바둑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티벳의 또 다른 바둑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티벳 사람들은 바둑을 믹망(mig mang, 密芒, 藏圍棋)이라고 한다. 이것은 많은 눈(many eyes)이란 뜻인데, 사실은 바둑판을 일컫는 말이다. 즉 그들은 믹망(바둑판)에서 바둑을 두므로 바둑을 믹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믹망(바둑판)에서 두는 것은 바둑 말고도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또 다른 믹망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bKugom bu Chos 또는 Gundru라고 한다.


이 또 다른 믹망의 정확한 규칙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게임은 끼워먹기(협식, 挾食, custodial capture)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한단순의 예경에도 협식 관련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夾食者 二人黃黑各十七 其橫列於前第四道上 甲乙迭推 二棊夾一爲食棊 不得食兩 不得邊食 不由道則不行棊 入夾不取食 一棊爲籌 賭多少隨人所制


협식(끼워먹기)이란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황(黃)흑(黑)의 (말, 돌) 각 17개를 제4도(線) 위에 가로(橫列)로 늘어놓고, 갑과 을이 번갈아 민다. 말() 두 개로 하나를 끼워서(夾) 먹는다. 두 개는 먹을 수 없고, 변(邊)에서도 먹을 수 없다. 길(道)이 아니면 돌을 움직(行)일 수가 없으며, (상대의 말이 자기의 두 돌 사이로) 끼여 들어온 것은 먹을 수 없다.  하나에 (얼마씩) 계산(籌)하며 당사자들이 정한 대로 내기를 한다. (김달수, '바둑의 기원과 관련된 문헌의 재해석')


그런데 김달수 박사가 번역한 소천탁치의 '중국 위기의 기원과 발달'에 나오는 원문은 조금 다른데 아래와 같다.


夾食者 二人貴黑各七十 棊橫列于前四道上 甲乙迭推 二棊夾一 爲食棊 不得食十兩 不得過食 不由道則不行棊 如挾不取 食一棊爲籌 賭多少隨人所


아무래도 김달수 박사의 논문에 나오는 원문이 더 이해하기 쉬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원문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티벳의 믹망은 협식만 하는 것이 아니다. Peter Shotwell의 기술을 보자.


The pieces move to the center and captured pieces are replaced by those of the capturer, but that's about all we know(Peter Shotwell, 'A form of Tibetan Mig-mang from the west?')


말은 중앙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잡은 말은 잡은 자의 것으로 대체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이다.


즉 협식 후에 돌을 자기편의 것으로 바꾸는 룰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오셀로(리버스) 게임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는 다음의 증언도 채록하고 있다.


Black and white stones are lined up on the sides at the start of the game and then move out and jump over each other until all of one player's stones are lost or trapped in the corners.(Peter Shotwell, 'Go in Snow')


흑백의 돌은 게임의 처음에 양변에 줄지어 포진된다. 그 후 움직이고 서로를 뛰어넘고 하여, 한쪽 편의 돌이 다 죽거나 코너에 몰리면 끝이 난다.

(다음 편에 계속)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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