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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l 25. 2016

한국에도 대(大)장기가 있다!

조영필

한국에도 대(大)장기가 있다!

- 남유용의 광상희지 번역




세계의 장기를 살펴보면, 대개 대장기가 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대장기가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우리나라에도 대장기가 있었슴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남유용의 [뇌연집]에 기술된 '광상희'이다. 반가운 마음에 아래와 같이 원문을 고전번역원 사이트에서 확보하고, 번역 및 포진도에 도전하였다.


광상희(廣象戱) 포진(布陣)  


#. 그림 속 양 진영 사이에 3개의 줄이 있는데, 2개의 줄이 있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광상희는 14 x 15의 공간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기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면을 그릴 때에 부주의하게 그린 것 같습니다.



廣象戱者。本乎谿谷所志象戱者而廣之也。


광상희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계곡선생이 설명한 상희가 기본으로 그것이 확장된 것이다.


註1) 이 광상희와 중국의 조무구가 서를 쓴 광상희는 서로 다르다. 조무구 서 광상희는 19로이기 때문이다. 계곡선생은 장유이다. 장유는 상희지를 썼다.


其爲局也。經十五道。緯十四道。合二百有十步。


그 장기판은 세로 15길 가로 14길 하여 도합 210보이다.


其布陣也。各據南北九十步。爲三軍焉。


포진을 설명하면, 각각 남북 90보에 근거를 두고 3군을 설치한다.


中軍四十五步。其二十一步爲內營。經七緯三而少北。


중군은 45보이고, 그 중 21보가 내영으로, 세로 7줄 가로 3줄인데, 약간 북쪽(후방)이다.


註2) 여기서는 '少北'을 북쪽(후방)에 가깝다로 해석하였는데, 아군진영에서 내영이 약간 후방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가로가 세로보다 긴 직사각형의 뜻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又畫其中九步爲九宮。斜道而湊之中。元帥位焉。


또 그 가운데 9보를 구궁으로 하여, 사선길을 내고, 그 길이 모이는 가운데에 원수가 자리한다.


士二謀士也。居元帥之後而左右焉。


사졸은 2기로 참모이다. 원수의 뒤 좌우에 배치한다.


象二威遠者也。居士之左右。


상은 2기로 장거리 타격 기물이다. 사졸의 좌우에 배치한다.


車二擣虗者也。居象之左右。


차는 2기로 적의 헛점을 노리는 기물이다. 상의 좌우에 배치한다.


砲二衝堅者也。列于九宮之兩角焉。


포는 2기로 적의 진지를 격파하는 기물이다. 구궁의 두 앞 모서리에 배치한다.


馬二執銳者也。居象之前間一步焉。


마는 2기로 예리하게 공격을 하는 기물이다. 상의 한 칸 앞에 배치한다.


環內營而二十四步爲外營。


내영을 둘러싸는 24보를 외영으로 한다.


前鋒一前茅也居南。


전봉은 1기로 깃발을 든 선봉장이다. (외영의) 正南에(전방에) 배치한다.


註3) 동양에서는 남쪽이 전방(앞)이다. 즉 내가 있는 자리가 북쪽인 것이다. 따라서 임금은 남면한다고 한다.


註4) '茅'는 깃발을 뜻하고, 전봉의 '鋒'은 선봉장을 뜻하여 두 글자의 뜻을 함께 보아 해석한다.


後將一斷後也居北。


후장은 1기로 배후를 단속한다. (외영의) 正北에(후방에) 배치한다.


奇二奇門也。一東而一西。


기(奇)는 2기로 호위부대이다. (외영의) 동(좌)과 서(우)에 각 각 배치한다.


註5) '奇門'은 기문둔갑의 기문진을 펼치는 부대로 본다. 기문둔갑의 핵심도 구궁이어서 장기의 구궁과 서로 호응이 되고 있다. 기문은 또한 병법에서는 포진을 뜻하여, 장기말로는 기문진을 펼치는 방어 부대로 해석해본다.


東南西南置二游焉。游擊也。


(외영의) 동남 서남(좌전 우전)에는 2기의 유를 배치하는데, 유격이다.


東北西北設二伏焉。埋伏也。


(외영의) 동북 서북(좌후 우후)에는 2기의 복을 배치하는데, 매복이다.


虗前鋒之前一步爲營門。


전봉의 앞 1보는 비워두는데, 군영의 입구이다.


步與騎相間。三三爲隊。列于門之左右。以竟東西。


보와 기(騎)는 서로 간격을 두고 보 3기, 기 3기로 부대를 이루는데 영문의 좌우에 배치하여,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이른다.


註6) 포진은 東(左)←보보보○기기기門보보보○기기기→西(右)로 된다.


騎者騎兵也。步者步卒也。各六。


기(騎)는 기병이며, 보는 보병인데, 각 6기씩이다.

左右軍各十五步。


좌군과 우군은 각각 15보 크기이다.


畫其中。九步爲九宮。斜道而湊之中。將之位也。


그 가운데의 9보는 구궁으로 하여 사선을 내어, 그 길이 모이는 가운데가 장군의 자리이다.


士一居將之後。


사졸 1기를 장군의 뒤에 배치한다.


車與象各一。居士之左右。


차와 상 각 1기를 사졸의 좌우에 배치한다.


馬與砲各一。居九宮之角而東西焉。


마와 포 각 1기를 구궁의 앞모서리에 동서로(좌우로) 배치한다.


右營車右而馬西。


우영의 차는 우측에 배치하고, 마는 서쪽(우측)에 배치한다.


註7) 좌군과 우군의 배치가 서로 대칭이 되도록 하고 있다.


其行師也。元帥行九宮之中無拘。然不出九宮也。


다음은 부대의 운영방법이다. 원수는 구궁내에서는 움직임에 구애받지 않으나, 구궁 바깥으로는 못나간다.


註8) 원수의 행마 공간이 구궁으로 제한되는 것은 일반 장기와 같다.


左右將如元帥。中軍有急。援之。不自出


좌우의 장군도 원수와 같다. 중군에 위급함이 있으면, 그를 지원한다. 스스로 나오지 않는다.


註9) 중군이 위급한 상황에 장군이 그의 군영을 이탈하여 원수를 구원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궁을 이탈한 장군에 대한 보완규칙이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前鋒。外而不內。然行於外也無拘。


전봉은 공격용이며, 수비용이 아니다. 따라서 진지 바깥에서 움직이며 구애받음이 없다.


後將內而不外。然行於內也無拘。

후장은 수비용이며, 공격용이 아니다. 따라서 진지 안에서 움직이며 구애받음이 없다.


註10) 전봉과 후장에서 外와 內의 해석이 쉽지 않다. 외영과 내영으로 해석하고자 할 경우, 문장 말미의 전봉의 첫 행마와 모순된다. 外와 內를 동사로 해석하려고 해도 다음 구절에서는 명사로 대치되어 있으므로 일관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일단, 外와 內를 진지의 바깥과 안으로 해석을 시도한다. 이 경우, 전봉은 진지 바깥에서, 후장은 진지 안에서 차의 행마(+)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전봉과 후장의 행마를 설명하면서 無拘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차의 설명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士行如將。


사졸은 장군과 같이 움직인다.


車行縱橫。前却無拘也。


차는 종횡으로 움직이고, 전진과 후퇴에 구애받음이 없다.


砲行必有乘也。惟砲與砲不相乘。亦不相食。


포는 반드시 디딤말이 있어야 움직인다. 오직 포와 포만이 서로 타넘지 못한다. 또한 서로 잡지 못한다.


馬行一日。象行三日。


마는 날 일자(日) 행마를 하고, 상은 쓸 용자(用) 행마를 한다.


註11) 三日 = 日 + 日 + 日 =  


然馬有麗于肩。象有麗于肩若腹。皆不得行。


따라서 마는 어깨에 기물이, 상은 어깨와 배에 기물이 있으면, 모두 행마를 못하게 된다.


註12) 마와 상의 멱을 설명하고 있는데, 어깨와 배로 그리고 유의 경우에는 심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騎行半日。步行一步。騎與步可左右。不可却也。


기(騎)는 입 구자(口) 행마하고, 보는 1보 행마하는데, 둘다 좌우로 1보 가능하나, 후퇴는 할 수 없다.


註13) 半日 = 1/2 * 日 = 口


註14) 기(騎)의 행마는 ←↖↗→로 한 칸이고, 보의 행마는 ⊥로 1보 이다.


游行二日。有麗于心不行。


유는 밭전자(田) 행마를 하고, 심장(중심)에 기물이 있으면, 행마를 못한다.


註15) 二日 = 日 + 日 = 田


伏之動日半。不殺不發。有殺復于伏。


복의 움직임은 눈목자 행마인데, 공격이 없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공격 후에는 매복자리에 다시 돌아간다.


註16) 기(騎)는 '半日'으로 행마한다고 하고 복은 '日半'으로 움직인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석 가능한 것은 다음 세가지이다.


1) 日半 =  半日 = 口,

2) 日半 = 日 + 半(日) = 日 + 口 = 目,

3) 日半 = 口(공격) + 口(복귀) 즉 전체로는 날일자(日) 행마이지만, 그 반(半)씩 한다는 뜻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는 2번째 해석을 채용하였다.


또한 '行'이 아니라 '動'임에 유의해야 한다. 복은 움직이는 기물이 아니라, 영향만을 주는 기물인 것이다. 즉 복의 위치에서 目자 위치는 복의 사정권일 뿐이다. 따라서 복은 공격만 가할 뿐,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매복하여 있다가 지나가는 작은 동물을 순간적으로 잡아먹는 포획생물이 연상된다.)


奇行方。貫穿諸宮無拘。然不出三道也。


기(奇)는 전후좌우로(+) 움직이는데, 여러 궁을 관통하고, 구애받음이 없다. 그러나 삼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註17) '方'의 의미를 '전후좌우'로 해석하였다. 만약, 사선방향이라면 앞문장에서 사용한 '斜'로 표현하였을 것이다. 대장기는 각 기물들의 활동 영역에 대해 제약이 많은 것이 이채롭다.


註18) '三道'는 세 길인데, 삼궁이 설치되어 있는 횡으로 세 줄이 지나가는 영역을 '삼도'로 이해하였다.


獲其元帥者勝。不能相勝者平。此其大勢也。


원수를 잡으면, 승리하고, 서로 이길 수 없으면, 비긴다. 이것은 큰 흐름이다.


註19) '此其大勢' 가 앞문장에 대한 서술인지? 뒷문장에 대한 서술인지?는 애매하다.


左右將陷。盡俘其屬之在營者。有能復讎者存之。


좌우의 장군이 함락되면, 그 영내에 있는 기물은 모두 포로가 된다. 복수를 하여 그 기물들을 되살릴 수 있다.


註20) 포로가 된다는 것은 한국 장기에서는 잡힌다는 뜻이다. 일본의 쇼기에서처럼 적이 재활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복수가 가능하여 복수 후 그것을 원상 회복시키려면, 좌군과 우군의 기물을 구별하여 보관해두어야 할 것이다. 또 복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의 문제가 생긴다. 포로의 운영규칙과 복수의 진행규칙이 필요할 것이다. 해석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兩陣旣成。前鋒出兵未交。前鋒不相殺。此又師律之一端也。


양진영이 갖추어지면, 전봉이 출병하되, 교전하지는 않는다. 전봉은 서로 죽이지 않는다. 이것은 또한 부대 규율의 한 모습이다.


註21) 일종의 교전시의 의례적인 첫 행마에 대한 기술로 보인다. 일반 장기에서의 포처럼 같은 기물 간의 포획이 불가한 규칙이다.


若夫奇正合變之竗。存乎其人。


만약 기묘함과 올바름이 모이고 변화하는 묘가 있다면, 그것은 무릇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다.


註22) 광상희의 기물의 수는, 원수 1 + 내영 10 (사,상,차,포,마 각 2) + 외영 8 (전봉,후장 + 유,기,복 각 2) + 좌군 6 (장,사,상,차,포,마) + 우군 6 (장,사,상,차,포,마) + 보 6 + 기 6 = 43기로 양진영 합하여 86기이다.


원문 출전 : 남유용, 뇌연집 권지 27 잡저 광상희지

남유용(1698~1773) : 숙종~영조연간의 문신

(2015. 01. 18.)



Note:

[네이버]에 [우용곡의 만화제작소] 블로그에서 '광상희'에 대한 검토를 해놓은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제 글을 링크하면서 제가 시도한 포진이 15X15로 잘못 복원되어 있다고 지적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까지 전혀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도 글의 해석은 가로세로 14X15로 해석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복원안은 15X15로 하였네요. 무언가에 씌였었나 봅니다. 현대의 우리 장기와 비교할 때도 14X15로 되어 진영간의 간격이 2줄인 것이 보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상기 블로그처럼 장기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보다 많아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또한 환영하는 바입니다.

(2021.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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