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聲東擊西)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토인비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하였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번 더 쪼개어 보아야 한다. 나에게도 아와 비아가 있고 적에게도 아와 비아가 있다. 그러면 나의 비아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나자신도 속여야 한다. 그리고 적의 경우에는 적의 내편이 드러나도록 적을 흔들어야 한다.


성동격서는 약점을 만드는 전략이다. 적의 전력을 어느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약해진 다른 곳을 공략한다. 그리고 기만전술을 통해서 그 효과를 강화시킨다.(상대의 균형-안정성-을 이동시켜 불균형의 약점을 노출하도록 만든다.)


제 2 차 세계대전 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기만작전인 포티튜드(Fortitude) 작전과 함께 진행되었다. 독일군으로 하여금 연합국의 상륙 예정 지점이 칼레인 것으로 믿게 만들려는 의도 하에서 다양한 기만공격과 허위정보 누설이 전개되었다.


한국전의 인천상륙작전 또한 서해안의 군산과 동해안의 삼척에 대한 수일간의 포격 후에 시행되었다.


전쟁의 신이라고 할 만한 알렉산더 대왕은 속도를 이용하여 적의 약점을 만들어내는 전술을 가지고 있었다. 대치된 두 군대가 강을 두고 양안에서 전투를 벌일 때 알렉산더 군대의 한쪽이 한없이 측면으로 빠르게 벌려가게 되면 상대 군대도 측면에서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같이 벌리게 되고 그 틈에 적의 군사력이 옅어진 부근으로 상륙하여 상대를 공략한다. 이러한 전술은 페르시아 다리우스와의 이소스전투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인도 포루스와의 히다스페스 전투에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알렉산더의 기동전략과 성동격서는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더의 추종자들은 적의 안전방벽의 고정관념을 돌파하는 방식의 전술을 구사하였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겨울에 알프스를 넘었다.


독일군은 기갑부대의 측면 약점이 노출되어 절대 돌파할 수 없다는 아르덴 삼림지대를 속도전으로 돌파하여 마지노선의 프랑스군을 공략하였다.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본래적 의미로는 기만전술이다. 동쪽을 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것처럼 상대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공간의 분리 뿐만이 아니라, 시간 그리고 조건 및 전체와 부분의 분리마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사의 전투를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만으로서만은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나 자신의 속도와 나 자신의 고정관념마저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성동격서 전략은 기만전술 이전에 기동전이다. 나의 군대의 월등한 활동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역동성의 전략인 것이다.



감상:

바둑에서는 성동격서의 전략이 항상 회자되어서 바둑을 좋아하는 내게는 매우 익숙한 말이었다. 그런데, 성동격서의 성의 한자가 성(聲)인 줄은 정말 미처 몰랐다. 항상 동쪽을 공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의 한자를 성(城)이라고만 짐작했던 것이다. 사면초가의 초가도 초가(楚歌)가 아니라 초가(草家)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이렇게 힘과 힘이 맞붙는 전쟁에서 의외로 Shouting과 Song이라는 Sound를 부각하는 중국의 고사를 보게 되면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트리즈적 관점에서는 물질장이나, 속성변화 측면에서 음미할 가치가 있다.


Note:

전한 회남왕 유안의 《회남자(淮南子)의 병략훈(兵略訓)》에 "장욕서동(將欲西而) 시지이동(示之以東)"이라는 구절이 있으며, 당 두우(杜佑)의 《통전(通典) 병육(兵六)》에 "성언격동(聲言擊東) 기실격서(其實擊西)" 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를 줄여 성동격서가 되었다고 한다(topstarnews, 2018. 5. 16 참조).

(2021.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