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Q 립 2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필 Zho YP Feb 09. 2020

성불하는 세대

조영필

요즈음 인터넷의 발달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다양한 관점과 방향에서의 지적 자극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일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인생의 본질에 사고할 시간마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모 세대들은 잘만 하면, 그간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일거에 해결할 인연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들의 자녀 세대들과의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멀어지고 있다. 멀어지기 보다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지 못하는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신세대들은 인터넷이나, 유투브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들이 모바일에 고개를 처박고 있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자식들이 부모들의 경험보다 인터넷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인해, 아이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항상 누대로 있어왔던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집착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는 영향으로 인하여, 자동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소한 식사를 같이 하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하던 기억은 아득하고, 어쩌다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각자 자신의 모바일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TV가 주는 정보와 즐거움이 제한적이다 보니, 식사를 하면서 TV를 보는 장면도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예전에는 식사 중 TV 시청이 밥상머리 교육을 방해한다고 선각자들이 혀를 찼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도 보기 힘든 진풍경이 되었다.


자식에 대한 영향력의 감소와 함께 자식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자동적으로 소멸하고 있다. 기대가 사라지면, 집착이 사라진다. 인터넷이 있으니까, 어떤 사람에 특별히 의존하던 정보 및 기대가 사라졌다. 가까운 미래 세계도 예측하기 힘들어져 현재의 예상에 근거한 편견으로 섣불리 자식의 앞길을 예단하기 힘든 것도 그 한 요인이다. 집착과 기대와 의존이 사라지면, 독립성은 강해진다. 거기에 더하여 인공지능이 나타나 사람 인류에 대한 기대마저 줄었다.


바둑기사들은 바둑을 두고 난 후 복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그것은 승부를 포기한 기사들이나 하던 행동이었다. 복기를 통해서 기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나중에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괜히 못두는 사람끼리 엉뚱한 수법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불교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문가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팔만대장경을 섭렵해야 알 수 있는 선지식도 발심만 하여 잠시 인터넷 서칭을 하면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궁금함도 금방 풀리고 호기심도 금방 해결된다. 이렇게 정보가 쉽게 유통되고 활용될 수 있는 사회에서, 따라서 집착이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우리가 할 일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성불이다. 집착은 성불을 가로막는 최고의 마군이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 앞에 성불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싯달타의 스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