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알바트로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巨大(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航海(항해)의 同行者(동행자)인 양 뒤쫓은 海鳥(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 놓자, 이 蒼空(창공)의 王者(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달린 航海者(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 절뚝, 날던 不具者(불구자) 흉내낸다
詩人(시인)도 暴風(폭풍) 속을 드나들고 射手(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王子(왕자) 같아라
揶揄(야유)의 소용돌이 속에서 地上(지상)에 流配(유배)되니
그 巨人(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악의 꽃], 민음)
*알바트로스:
슴새목 알바트로스과에 속하는 새들의 총칭. 한자 문화권에서는 신천옹(信天翁)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앨버트로스'가 맞는 표기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알바트로스'를 그냥 쓰고 있다.
비행이 가능한 조류 중에서 가장 큰 종류에 속하며, 날개를 편 길이가 3~4m, 몸길이가 91cm에 달한다. 활공만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고 한다. 상승기류를 타야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닷가 절벽에서 날갯짓을 퍼덕퍼덕한다. 대양을 오가는 크루즈선이나 대형화물선의 밑에 붙어서 날아다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항력을 덜 받기 위해서인 듯하다.
속칭으로 '바보새'라고 불린다. 진짜 지능이 낮아서 그런 건 아니고, 날개가 너무 커서 땅 위에서는 날개를 애써 꾸겨넣으니깐 뒤뚱뒤뚱 걸어다니기 때문이다. (나무위키)
Note:
3연에서는 예수의 고행이 오버랩된다. 속세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인이 오히려 성스러움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시를 기독의 프레임으로 보려 한다면 단연코 이는 단선적 감상법이라고 할 것이다.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그리고 베를렌 등의 시집을 들고 훈련소에 들어갔었다. 저녁 점호후 잠시의 시간에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해준 시는 바로 이 시이다. 나는 시인지망생도 아닌데 왜 이렇게도 이 시가 좋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022.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