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리

박태일

by 조영필 Zho YP

구만리





고욤나무 숲 뒤로 걸음 몰아서 고욤나무 너른 잎잎 발바닥 재며 쉬어 오르리 해가 식는 마을 누른등 강아지가 아이를 재우고 민머리 아우들이 돌려 담배를 무는 곳

어른 들 일따라 노래가 많아 아궁이 깊이 묻어둔 골바람 구름 새 부지깽이 툭 치면 뻐꾸기 날고 그 뒷뫼 소 요령소리 목화꽃 풋부리 달게 빠는 조카들

쉬어 오르리 저녁마실 고모들이 일찍 상을 물리고 모르는 이야기로 내내 실밥 다듬는 저녁 고욤나무 숲 뒤로 걸음 몰아서 연지분 때때구름 빗장 지른 구만리.





(80년대 신춘문예 당선시인 신작시집, 푸른숲, 1988)



Note:

중앙일보 80년 신춘문예 당선작은 ‘미성년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