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高壓線
흉악범 하나가 쫓기고 있다
人家(인가)를 피해 산 속으로 들어와선
혼자 등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겁에 질린 모습은 아니다
뉘우치는 모습은 더욱 아니다
성큼성큼 앞만 보고 가는 巨軀長身(거구장신)
가까이 오지 마라
더구나 내 몸에 손대지는 말아라
어기면 경고 없이 해치워 버리겠다
단숨에
그렇다 단숨에
쫓는 자가 모조리 숯검정이 되고 말
그것은 불이다
불꽃도 뜨거움도 없는
불꽃을 보기 전에
뜨거움을 느끼기 전에 이미
만사가 깨끗이 끝나 버리는
3相(상) 3線式(선식) 33만 볼트의 고압전류 ......
흉악범은 차라리 황제처럼 오만하다
그의 그 거절의 의지는
멀리 하늘 저쪽으로 뻗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