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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이발소에서

기노시따 유우지(木下夕爾)

by 조영필 Zho YP

시골 이발소에서(田舍の理髮店で)




코 흘리개 친구의 몸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비누 냄새처럼 이 젊은 사나이에게도

이제 생활이 배여 있는 것이겠지


거울에 비쳐 흔들리는

외나무 다리와 흐린 불빛과

그의 얼굴과 --- 턱밑의 작은 흉터는 그때 싸운 자국


무일푼으로 또다시 돌아온 사나이의 슬픔을

그는 이용기에 깍아 담는다

어제 강에서 건진 썩은 水夫(수부)의 시체 이야기를 하면서


아아 내 눈꺼풀 속에서

옛날의 외나무다리가 흔들린다

흐린 물이 흐른다 --- 20년의 세월이, 적막한

분노처럼






(『生れた家』詩文学研究会、1940年9月; 일본현대시선, 청하, 1984)


Note:

이발소에서는 시간이 정지한다. 그리고 모든 지나간 시간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눈가에 맺히는 눈물 속에 회한과 그리움이 해일처럼 들이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