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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춘

고트 프리트 벤

by 조영필 Zho YP

아름다운 청춘




갈대밭 사이에 길게 누운 처녀의 입이

무언가에 갉아 먹힌 듯 했다.

가슴을 절개하자 식도에는 구멍이 숭숭

급기야 횡경막 아래 아늑한 곳엔 새끼쥐들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작은 암놈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다른 놈들은 간과 콩팥을 먹고 살았고,

차가운 피를 마시면서

예서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다.

놈들의 죽음 또한 빨리 찾아왔으니,

몽땅 물 속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아, 조그만 주둥이들이 찍찍대던 소리라니!




Note:

그로테스크한 사실적 묘사이다. 일체의 감정이 없는 역설적 미감이라고나 할까~


‘청춘’이 이중적이다. 처녀도 청춘이고 새끼쥐들도 청춘이다. ‘아름다운’은 역설적이다. 짧은 생애여서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실체 속의 실체를 파헤치는 느낌이다. 죽은 처녀의 입이 이상해서 갈라보니, 또다른 생명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살려고 몸부림치는 소리를 자연의 평범한 소리로 묘사하는 것은 정말로 끔찍한 표현감이다. (2024.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