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풀버렛소리 가득차 있었다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寢床(침상) 없는 최후 最後(최후)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차 있었다
露領(노령)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灣(만)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쟎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停止(정지)를 가르쳤다
때늦은 醫員(의원)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寢床 없는 최후 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차 있었다
(「이용악시전집」, 창작과비평사)
아무을만: 아무르(Amur)강(흑룡강) 하류에 형성된 바다가 육지 속으로 쑥 들어간 곳
니코리스크: 니콜라예프스크(Nikolaievsk), 시베리아 하구로부터 40km 상류 좌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설룽한: 춥고 차가운 (현대시의 모든 것, 꿈을담는틀, 298쪽)
감상 : 있는 그대로의 슬픔을 마저 다 쏟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