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오래 된 書籍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이제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 보며 書標(서표)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 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소설문학 1985년 11월 발표, 「입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감상: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은 책은 한번 인쇄되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러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인생이라는 느낌도 난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그보다도 더 고결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거짓과 참됨이 모두 꿈꾸는 하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얼핏 '조문도 석가사의'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는 그 길에서 기적의 길이 아닌 고난의 길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