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노시따 유우지(木下夕爾)
소와레에(ソワレエ)
1
덫에 걸린 짐승처럼
석양은 사립문 밖에
퍼질러 앉아 있다
지푸라기 같은 햇살을 데리고
아 건초빛 달이 떴다.
아이들은
하모니카처럼
옥수수 한 자루씩 입에 물고
기장밭 쪽으로 나간다
2
석양이 다가와 아름다운 그물을 펼친다
그리고 아직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모두 잡아간다.
에텔처럼 공기는 가벼운 향기가 난다.
나는 나무그늘 돌 위에 걸터 앉는다.
그것은 조금 전까지 여름이 품어 데워놓은
하얀 달갈.
둘레에 시원한 시간이 머문다
나는 얌전한 가축의 눈을 한다
송진이 흐르는 쪽으로 내 귀가 열린다.
먼 늪이 마그네슘처럼 빛나고 있다…….
( 田舎の食卓, 詩文学研究会, 1939; 일본현대시선, 청하, 1984)
*ソワレ―: ( = ソワレ) (불어) soirée, 수아레, 야회(夜會), 밤에 여는 파티; 야회복 (민중서림 엣센스 일한사전/외래어사전)
마티네(Matinee)와 수아레(Soiree)는 예술경영 용어로,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 아침을 의미하는 Matin에서 나온 말로 낮 동안 상연되는 공연이나 음악회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녁시간을 내기 어려운 관객층의 라이프 사이클과 특성을 고려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 마티네(Matinee)이다.
수아레(Soiree)는 마티네(Matinee)에 대응하는 말로 야간 공연이라는 뜻이다. 공연이 대부분 저녁에 시작하기 때문에 별로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마티네(Matinee)는 관객이 덜 드는 시간대를 택해 티켓을 할인해 줌으로써 부담을 덜어주거나 가정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한다.(가톨릭인터넷 굿뉴스 나눔마당, 박남량narcciso, 2016. 7. 7.)
*에텔: 에테르
에테르(Ether/Aether)'는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실제 존재하는 화학 물질이기도 하고, 과거 과학사 속의 가상 물질이기도 합니다.
기노시타 유우지의 시에서 쓰인 맥락과 과학적 의미를 나누어 설명해 드릴게요.
1. 실제 존재하는 화학 물질 (Ether)
오늘날 화학에서 말하는 에테르는 실제로 존재하는 유기 화합물의 한 종류입니다.
• 특징: 무색의 투명한 액체로, 휘발성이 매우 강하고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납니다.
• 용도: 과거에는 마취제로 널리 쓰였으며, 현대에는 유기 용매로 자주 사용됩니다.
• 시적 의미: 시 속에서 "에테르처럼 공기는 가벼운 향기가 난다"라고 표현한 것은, 공기가 마치 금방이라도 증발할 듯 투명하고 가벼우며, 약간은 몽환적인(마취 기운처럼) 느낌을 준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2. 과학사 속의 가상의 물질 (Luminiferous Aether)
19세기 말까지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이 '에테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질로 가득 차 있다고 믿었습니다.
• 이론: 소리가 공기를 통해 전달되듯, 빛도 파동이기 때문에 전달해 줄 매개체(에테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 반전: 하지만 1887년 '마이컬슨-몰리 실험'을 통해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이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며 과학계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3. 시적 상상력 속의 에테르
기노시타 유우지가 약사였음을 고려하면, 그는 화학 물질로서의 에테르가 가진 '휘발성'과 '정화된 느낌'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시인은 해 질 녘의 공기가 낮의 탁함을 벗고 아주 맑고 순수해진 상태를, 증발하기 직전의 깨끗한 에테르 액체에 비유하여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gemini)
에테르(aether)는 빛의 파동설의 부산물로 파동이 진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믿어졌던 매질(물결파에 대해서는 물, 소리에 대해서는 공기)중 광파동 매질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다. 나중에 조지프 존 톰슨과 맥스웰 등이 발전시켜 빛과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으나 결국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이는 나중에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를 하게 된다. (위키백과)
기노시타 유우지는 약사(藥師)라는 본업을 가졌던 만큼, 시에 화학적·과학적 어휘를 사용하여 아주 독특한 미감(美感)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사용한 과학적 비유들이 시 안에서 어떤 시각적 효과를 내는지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까요?
1. 마그네슘(Magnesium)처럼 빛나는 늪
시의 마지막 구절인 "먼 늪이 마그네슘처럼 빛나고 있다……."는 이 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 과학적 사실: 마그네슘 리본에 불을 붙이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고 눈부신 흰색 빛을 내며 탑니다. 과거 카메라 플래시가 없던 시절에는 마그네슘 가루를 터뜨려 빛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시적 형상화: 해가 지기 직전, 마지막 햇살이 먼 곳의 늪이나 강물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찰나를 포착한 것입니다. 그냥 '반짝인다'고 하지 않고 '마그네슘'을 인용한 것은, 그 빛이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백색광이었음을 암시합니다.
2. 하얀 달걀 (여름이 품어 데워놓은 돌)
시인은 나무 그늘 아래 돌 위에 앉으며 그것을 "조금 전까지 여름이 품어 데워놓은 하얀 달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과학적 시선: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 돌의 비열(Specific Heat)과 열전도를 '품어 데웠다'는 생명력 있는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 시적 효과: 딱딱하고 차가운 무생물인 '돌'을 '달걀'이라는 생명력 있고 따스한 존재로 치환함으로써, 자연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3. 왜 이런 단어들을 썼을까?
기노시타 유우지가 활동하던 시대의 일본 시단에는 '신즉물주의(New Objectivity)'라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대상을 주관적인 감정으로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실험실에서 관찰하듯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태도입니다.(gemini)
Note:
먼 늪에는 인광(마그네슘)이 일렁이는 것일까? 혹 죽은 자(뼈)의 연회라도 있는 듯이~
어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줄 때 하시던 말씀이 항상 ‘하모니카 불으라~’ 하셨는데, 이 시의 비유와 관련 있으려나~ (2025.1.27)
석양의 ‘지푸라기 같은 햇살’이 갑자기 눈에 선하다. (2025.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