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가기(石垣) 린
지붕
日本(일본) 집들은 지붕이 낮다
가난한 집일수록 더욱 낮다
그 지붕이 낮기 때문에
나는 그 지붕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붕의 무게는 뭔가
열 발쯤 물러나서 쳐다보면
그 지붕 위에 있는 것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짙은 피빛 그것이다
나를 붙들어가는 손을 저지하는 것
내 온갖 힘을 이 좁은 한 칸 속에 쏟아서
消費(소비)시키는 것
병든 아버지는 지붕 위에 산다
계모는 지붕 위에 산다
형제들도 또 지붕 위에 산다
바람 불면 덜컹거리는
저 양철지붕 위에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기껏 十坪(십평) 정도의 지붕 위에
보면
무우도 올려져 있고
쌀도 올려져 있다
그리고는 寢床(침상)의 따사로움
짊어지라고 한다
이 지붕의 무게로
여자, 나의 봄이 저문다
멀리멀리 해가 가라앉고 있다
(1959년)
(내 앞에 있는 남비와 솥과 타는 불과, 1959; 일본현대시평설, 고려원, 1989)
Note:
지붕 밑에 있는 것을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 투명화 기법일까? 한 가계를 책임진 여인이 자신의 봄이 저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디 봄 뿐이랴, 모든 것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