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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시가기(石垣) 린

by 조영필 Zho YP

생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밥을

채소를

고기를

공기를

햇빛을

물을

兩親(양친)을

兄弟(형제)를

스승을

돈도 마음도

먹지 않고는 살아오지 못했다.

배불리 먹고

입을 문지르면

부엌에 흩어져 있는

당근 끝 토막

닭뼉다귀

아버지의 창자

四十(사십)의 저물녘

내 눈에 처음으로 넘쳐흐르는 짐승의 눈물



(1968년)






(歷程, 1968. 6; 일본현대시평설, 고려원, 1989)


Note:

정말로 눈물나는 삶입니다. 인생의 후반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짐승으로 삽니다. 단순한 노화만으로도 동물스러움을 충분히 자각하건만 거기에 더하여 굴종까지 필요합니다. 배를 채워야 하기에. 그리고 그 배를 채우고 나면 제대로 행하지 못한 불효와 비행이 그제사 후회되지요. 다시금 내일의 밥을 걱정해야 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