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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지도

아끼야 유다까(秋曲豊)

by 조영필 Zho YP

한 장의 지도


나는 온갖 새벽을 알고 있다.

저 빙하의 억만년 새벽

북두칠성이 그 손잡이를 바로 세우고 있는 하얀산의 새벽

우리들은 이국의 낯선 지도를 펴고

어슴푸레한 새벽의 아직은 어두운 빙하를 건넌다.

소가 달리고 양이 달리고 암탉이 운다.

변경의 방목지대를 건넜다.

환상의 雪男(설남)이 있는 부락에서는

몸에 채종유를 진하게 바른 티벳여자가

숨소리를 죽이고 살갗을 부비면서

열심히 神(신)에게 빌고 있다.

나는 불을 끄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으나

빙하의 산정은 멀고 아득해

여기에선 鐵鋲(철병)이 박혀 있는 등산화뿐 아니라

會話(회화)마저 얼어버리는 거다.

이 새벽 시각에

살아남은 것이 인생이라 한다면

우리들은 무엇을 기도하면 좋을까.

아아, 한 장의 지도가

끝난 곳에서 사람은 걷기 시작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출발인 것이다.




(1973년)




(히말라야의 여우, 1973; 일본현대시평설, 고려원, 1989)


* 鐵鋲(철병): 쇠징


Note: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웅혼한 시입니다. A형 남자로서는 쉽지 않은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