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하숙 1
스스로의 나락(奈落)을 가지려면
대지에 뿌리를 내리거나
가슴이 더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른 모래 한 줌에서 선인장은
황홀한 업화(業火)를 뽑아올렸다.
질그릇에 고인 사막의 체취가
소근거리는 밤이면
고향을 본 적 없는 여인
저 육질(肉質)의 징그러운 몸뚱이엔 무슨 그리움이
소름으로 돋았으랴.
머리를 상큼하게 묶은 주인 아주머니
보얀 덜미 위
무더운 나절을 비춰
창백하도록 붉은 송이
철 아닌 정염(情炎)으로 탄다.
([오장원의 가을] 88, 문학과지성)
감상:
하숙집 아주머니와 선인장이 교차한다. 하숙 생활을 하지 않고서도 이런 비유를 느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