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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얼음

안드레이 보즈네센스끼

by 조영필 Zho YP

첫얼음




전화 박스에 한 소녀가 얼어 있다.

바람이 스며드는 오버코트에,

얼굴은 온통 눈물과 립스틱으로

뒤범벅이 된 채로.


가녀린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댄다.

그녀의 손가락은 얼음 조각, 귀에는 귀걸이.


그녀는 혼자서, 혼자서 집으로 가야 한다.

얼어붙은 거리를 따라서.


첫얼음. 이것은 첫번째이다.

전화 통화의 첫얼음이다.


언 눈물이 뺨 위에 빛난다.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한 첫얼음.


([소련현대시인선집], 중앙일보사)



첫얼음



한 소녀가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얼어가고 있다.

눈물로 얼룩지고 입술연지로

더러워진 얼굴을

얄팍한 코트 속에 숨기고 있다.


소녀는 가늘고 작은 손가락을 호호 분다.

얼음 조각 같은 손가락, 귀에는 유리구슬 귀걸이.


그녀는 홀로 외롭게

빙판길 따라 돌아가야 한다.


첫얼음, 이번이 처음이다.

전화할 때 주고받는 빈말로서 첫얼음.


그녀의 양 볼에 차가움이 반짝인다―

이것은 인간 모독의 첫얼음.


(1956-1960)

(보즈네센스키 시선, 조주관 역, 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6. 15)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1933 - 2010),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First Ice



A girl freezes in a telephone booth.
In her draughty overcoat she hides
A face all smeared
in lipstick and tears.


She breathes on her thin palms.
Her fingers are icicles. She wears ear-rings.


She'll have to walk home alone,
Along the ice-bound street.


First ice. The very first time.
The first ice of telephone phrases.


Frozen tears glisten on her cheeks —
The first ice of human hurt.




Андрей Вознесенский


Первый лед



Мерзнет девочка в автомате,
Прячет в зябкое пальтецо
Все в слезах и губной помаде
Перемазанное лицо.


Дышит в худенькие ладошки.
Пальцы — льдышки. В ушах — сережки.


Ей обратно одной, одной
Вдоль по улочке ледяной,


Первый лед. Это в первый раз.
Первый лед телефонных фраз.


Мерзлый след на щеках блестит —
Первый лед от людских обид.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