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비소설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실크로드의 악마들], 피터 홉커크 저/김영종 역, 사계절, 2000년 7월


서평: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비소설




그곳은 사막인데 그곳은 우리들의 낭만이 되는 곳일까. 한자문명과 라틴문명이 중앙아시아의 험난한 지형지물을 뚫고 몇가닥 사랑을 꽃피웠으니 이름하여 실크로드라고 부른다. 그곳으로 간 사람들은 그곳에서 모래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영웅이 된다. 그러한 실크로드를 악마와도 같은 외곬이 아니면 누가 넘었으랴.

스벤헤딘을 필두로 스웨덴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미국의 뛰어난 탐험가들이 사막속에 숨겨진 중앙아시아의 유적들을 발견하였다. 끄집어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전혀 돌보지않던 사람들이 그곳이 고고학의 금광임을 뒤늦게 알고난 뒤에는 그들을 악마라고 부른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죽음과 땀냄새와 굶주림과 추위에 그리고 비난과 사기, 함정 속에서 모험과도 같은 고고학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겠는가. 그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타클라마칸, 누란, 호탄, 돈황, 쿠차, 투르판과 같은 아름다운 중앙아시아의 도시 이름들과 미지의 것에 젊음을 바치던 이들의 용기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한 사람의 탐험기도 아닌, 뛰어난 이들의 탐험기의 엑기스의 편집, 그 쟁쟁한 라이벌들간의 조우와 관계, 당시의 시대배경 들이 한데 잘도 녹아들어있어, 정말 재미있다.

서구인들의 처음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먼저 지정학적인 정보수집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인도를 식민지화한 영국과 남진하던 러시아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다른 열강들도 또한 주목의 대상이 된 이곳 타클라마칸 사막은,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우연한 발견과 그 우연을 예사로 여기지 않는 호기심 많은 정열이 겹쳐 고미술과 고서적의 보고임이 곧 드러난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된다. 지리학자가 고고학자로, 프로가 아마츄어를 대신하여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고고학에 관련된 책들은 그리스, 로마의 전설과 그에 따른 고고학적 성과에 얽힌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대체로 한 장소에서, 한 인물이 부각되어진다. 그런데 이곳 중앙아시아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또한 우리의 권리도 있는 곳이다. 인종적으로는 같은 알타이계열이고 역사적으로는 고선지와 혜초가 그곳을 지배, 섭렵하였고, 간다라문화가 그곳을 통하여 신라에까지 들어왔으니, 우리에게는 상당한 혈연적 관심까지 생기는데, 게다가 그곳에서 파내어진 유물의 일부가 우리나라에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는 사실(400~500여점)을 아는가.

책속에는 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할 수 있게 상세한 중앙아시아의 지도까지 별첨되어 더욱 좋았다. 그곳에는 지금 폭격받고 있는 북부아프가니스탄의 도시들도 나와 있다.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가까워지는데,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좁아지며 멀어지니 전쟁은 끊이질 않는다. 전쟁이 없다한들 현대인들이 이 극한의 사막에서 오히려 평안을 얻게 되는 것은 또 어인 까닭일까. 스번헤딘은 다음과 같이 썼다.

“저 너머 지평선의 끝에는 고귀한 사구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너머 무덤 속 같은 침묵의 바다 속에 펼쳐져 있는 그 미지의 ……아직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그 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타클라마칸의 누런 사구들은 마치 굳어버린 바다의 거대한 파도처럼 먼 지평선까지 수도 없이 솟아 있고, 여기저기에는 유난히 커다란 모래 언덕, 말하자면 자기 동료들 위로 머리를 내민 사구의 왕과 같은 것도 눈에 들어온다. 이것들은 과거에 수도 없이 그래 왔던 것처럼 여행자들을 삼켜버리겠다고 침묵 속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보였다.

고대 한나라때의 기록에 의하면 2천 년 전 중국인들은 타클라마칸 - 투르크어로 들어가면 당신은 나오지 못하리라라는 뜻 – 을 ‘움직이는 사막’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쉬지 않고 사막을 할퀴는 바람으로 인해 누런 사구가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수로학자나 기후학자들은 만년설이 녹아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의 이름을 따서 타림 분지라는 보다 점잖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강은 롭 노르란 호수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방황하는 호수의 수수께끼는…..


(2001년 11월 4일, Yes24 투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