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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영어 진짜발음

이종민

by 조영필 Zho YP

이종민, 가짜영어 진짜발음.




35쪽/ 영어발음에 대한 가장 한국적인 지침을 찾으려는 노력은 사실 국어가 모국어이고, 영어를 어쩔 수 없이 국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기초한다. 국어에서의 잘못된 영어 발음은 그대로 영어에 전달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발음의 전이(transfer)라고 한다. 전이 현상은 문장의 경우에도 일어나지만, 발음의 경우에도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방법으로 국어의 틀린 발음을 영어 문장에 적용하게 된다. 이는 중립적으로 전이라 표현했지만, 영어 학습에 대한 방해(interference)가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46쪽/ tape나 cake의 끝에 나는 '으' 소리는 한국어의 십분의 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소리가 나는 가장 단순한 기본은 입 모양이다. 소리를 만드는 모양이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소리가 난다. tape나 cake를 발음하고, 다음의 단어를 말하려면 입 모양이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어와는 다르게 영어에서는 어말 폐쇄음의 파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하찮은 '으' 소리가 난다. 하찮게 나는 '으' 소리를 마음으로 소리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48쪽/ 국어의 '으' 는 분명한 모음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영어에서 들리는 '으'는 아예 모음의 자격이 없이 혀가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에 불과하다.


49쪽/ p, t, k, b, d, g를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소리라고 하여 파열음(plosiv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기의 흐름이 막혀서 나는 소리라고 하여 폐쇄음(stops)라고 부르기도 한다. 폐쇄음은 폐쇄라는 멈춤과 폭발이라는 터짐을 가지는 모순된 소리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50쪽/ and의 d가 자음 앞에서는 더러 탈락되기도 한다. and에서 떨어져 나와 외롭게 소리 나는 [d]는 그 다음에 나오는 모음과 이어져서 발음되는 연음(liaison)이 되기도 한다. 국어의 '으'와 같은 명확한 소리가 아니므로, 연음이 되면 영어에서 들리는 '으'와 비슷한 소리는 아예 없어진다.


84쪽/ 자음지도(Consonant Map)


85쪽/ good이 '*굿'이 되고, shot이 '*샷'이 되는데...... t와 d는 모두 고향이 s와 같다. t와 d는 s와 같이 치경음(alveolar sounds)인 것이다.


86쪽/ 영어에서는 자음이 겹치면 하나로 소리가 나고, 모음이 겹치면 둘다 소리가 난다. 자음 -nn-은 n으로 소리난다. 모음이 -ii은 두 개로 소리 난다...... 소리가 겹칠 때 자음과 모음이 이와 같이 구별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88쪽/ 영어의 역사를 보면, 자음이 겹쳐서 나오는 것은 자음의 길이를 길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에 오는 모음을 짧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자음이 혼자 나오면 주변의 두 모음이 그냥 놓아두지를 않는다. 모음이 여성이라면, 자음은 남성이다. 두 여성 사이에 끼어 있으면 남성은 여성화하게 된다면 지나친 비유인가? 두 모음 사이에 s가 오면 흔히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두 모음 사이에서 s의 음가를 지키기 위하여 s를 하나 더 넣었던 것이다.

겹자음이 오는 이유를 요약해보자. 첫째는 앞에 오는 모음의 길이를 짧게 한다. 둘째는 자신의 고유한 발음을 잃지 않는다.


92-3쪽/ 영어의 summer는 '*섬어'라고 표기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고, '*섬어'의 'ㅁ'은 실제의 발음에서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 만약 자음 m이 하나라면, 모음 u가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스펠링에서만 mm을 사용하여 모음을 짧게 만들고 있다. 요약하면 summer는......, '섬'인 척 발음을 하면서 'ㅁ'을 '어'까지 끌고 가는 느낌으로 발음해야 한다. 음절 음운론에서 말하는 양음절성(ambisyllabicity)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04쪽/ 열린 오를 발음할 때 입술을 더 열어두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전부다. 나는 열린 오의 발음을 아주 지나치게 단순화하였다. 입을 더 열어주면, 입안의 공간은 커진다. 입을 더 열어주면 턱은 아래로 저절로 내려간다. 입을 열어주면 발음하고 나서 바로 입을 닫을 수 없다.


105-6쪽/ golf의 경우처럼 열린 오의 다음에 오는 자음이 l이나 r과 같은 유음(liquids)인 경우에 열린 오가 길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walk의 경우에는 열린 오가 장모음이 되면서 자음 l이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는 '골프' 대신에 '*고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어에서는 l의 발음이 사라져 버렸다.


107쪽/ 열린 오가 보통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나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열린 오를 뒤따르는 자음이 무성음일 경우에는 일종의 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다음의 예를 보자. cock, dock, lock, mock, rock etc. 단어들은 열린 오이지만 길지 않다. 열린 오 다음에 나오는 무성음 K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29쪽/ 전설 모음(front vowels)은 입 안의 앞쪽에서 만들어지므로 모음들 사이의 간격이 넓다. 후설 모음은 입 안의 뒤쪽에서 만들어지므로 모음들 사이의 간격이 좁다.


132쪽/ [ow]에서 [o]와 [w]는 7:3의 비율로 소리가 난다고 설명하였다. 내가 듣기에는 더 작은 비율이 될 것 같다. 10:3 정도라고나 할까. 음성학에서 모음은 음절의 중심이 되는 소리라고 한다. [w]는 모음 옆에 붙어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w]와 [y]를 미끄러지는 소리라는 뜻으로 활음(glides)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200쪽/ been의 발음이 [biyn]이 아니라, [bin]이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영어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단어와 그 단어의 굴절형은 같은 음가로 발음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keep과 kept가 같은 음가로 발음되는 현상을 일종의 구조 보존으로 볼 수 있다.


201쪽/ keep과 kept의 발음의 음가가 보존의 원칙에 의하여 비슷하게 유지되듯이, been도 be와 보존의 원칙을 지켜서 두 단어의 음가를 똑같게 지키게 된다.


202쪽/ says와 said가 보존의 원리에 따라 say와 같은 음가를 갖기 때문이다...... 보존의 원리는 오늘날의 영어에서 볼 때 순전한 예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21쪽/ 파찰음은 처음에 폐쇄음으로 시작하여 마찰음으로 끝난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단숨에 이루어진다. 즉 혀를 [d]와 [t]를 발음하는 위치에 둔 상태에서 [ʃ]와 [ʒ]의 소리를 낸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들어져 나오는 [ʤ]와 [ʧ]는 당연히 하나의 소리이다.



감상:

한글로 영어를 가르치려는 노력의 극한

(201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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