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주를 마시고 집어든 빨간 카드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공저/형선호 역, 황금가지, 2000년 2월


서평: 마아타이주를 마시고 집어든 빨간 카드




한 달도 더 된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본 지가. 그것은 처음에 점심식사 후 잡담하는 여사원들의 책상언저리에서 뒹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수필 같은데. 여자들이 좋다고 하는 걸로 봐서 무슨 연예가스캔들 같은, 잘사는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는 식의 스토리전개가 연상되었다. 다만 표지가 빨간 것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동안에도 나는 엄청나게 여러 책들을 계속 읽어댔다 (요즘의 난 나를 돌아보는 인생의 전환기에 처해있다).

물론 카드청구서에 책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져가고. 그래서 나는 기특한 생각을 하나 하게 되었다. <책을 교환해서 보기>이다. 그래서 그때 읽었던 하루끼의 수필집 비슷한 것을 건네주고는 <부자아빠머시기>를 가져오라고 윽박질러 보았다. 물론 여사원은 매일아침 잊어댔다. 그동안에도 나는 책을 읽어야 하기에 서점을 자주 들러 책을 골랐다. 부자아빠머시기는 베스트셀러 진열대에서 늘상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올 것이기에 책을 사려는 욕망을 억눌렀다. 드디어 그녀가 책을 가져 왔을 때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월급이 비교될 때 그것은 주로 점심이나 저녁모임의 잡담의 주제로서 폭발적인 인화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제는 중국에서 마케팅업무를 하는 동기가 다시 중국에 가기 전에 외국에서는 항상 사람이 그리운 법!으로 돌보지 않던 사람들을 모았다. 회사일로 외국구경 한번 못했지만 외국이야기는 항상 가슴 설렌다. 그가 마오따이 주를 가져왔다. 첨에는 거부했지만 술잔을 부딪치며 대화에 젖으며 그 술에 익숙해져 갔다. 중국돈으로 한 300원한다고 했다. 알딸딸한 기분좋은 취기에 전철을 타고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다. 한 30여 쪽을 읽었는 것 같다. “너는 돈을 벌기 위해서 머리를 쓰고 있는가?” 뭐 이런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하는 가치관 속에 돈에 신경 안 쓰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원하도록 길러졌다. 나의 머리는 술에 취하고 책에 취하고 전철의 흔들거림에 취하고 있었다.

오늘아침 나는 마오타이주가 명주 중의 명주임을 알게되었다. 아침에 난 한 점의 오차도 없이 일어나서 평소보다 더 맑은 정신으로 그 빨간 책을 집어들었다. 오늘 아침 전철에서 읽은 것은 <두려움과 욕망 또는 무지>이다.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일확천금을 벌어도 곧 알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씩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나는 <자산과 부채의 차이>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이제 욕탕에 누워 <금융IQ>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부자는 부채를 줄이고 자산을 늘려 수입을 지출보다 초과시켜 잉여수입을 다시 자산에 투자하지만, 고용된 중산층은 수입이 늘자 다시 지출을 늘이고 부채를 늘인다. 이들에게는 수입을 창출하는 진짜 자산은 없다. 이들의 유일한 수입원은 직장에서 받는 급여이다. 이들의 삶은 전적으로 고용주에게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은 열심히 일만 하면서 세금만 잔뜩내고 빚에 허덕인다. 정말로 비극적인 것은 초기에 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산층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하고 당연한 말장난이라고 생각되는가? 이 글의 의미가 뼈속 깊이 저며들어와야 한다. 차마 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한다. 실제로 중산층에 다다르지도 못한 나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의 좌절까지도.

현재 나는 200쪽 언저리를 읽고 있다. 나는 이 책에 휩싸여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써본다. 그 이유는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에는 책을 읽는 현장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용감한 젊은 사원들이 현 직장의 안정을 벗어던지고 벤처로 외판원으로 외국으로 <금의 심장(heart of gold)>을 캐러가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의 맹아가 싹트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돈이 나를 위해 돈을 벌게 하는 지혜를 알지 못하면 그러한 외출도 또다른 고용인이 되어 평생 돈의 노예로서 부채만 잔뜩 짊어지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패배의 길을 약간 다른 코스로 밟는 것은 아닐까.

아, 나의 아버지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셨지만 그 세월동안 스스로 돈을 버는 연구를 또는 돈을 버는 교육을 자식에게 했던들 하는 아쉬움이 비로소 감돈다. 당장 무얼해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우리 직장인들에게 해일처럼 다가왔던 <일과 돈>에 대한 담론들 자기 인생을 찾고자하는 숱한 중생들에게 어쨌든 이 쳇바퀴와도 같은 욕망의 소용돌이 너머로 가는 힌트는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 책의 빨간 카드를 다른 이들에게도 권해본다.

[인상깊은구절]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개미들이 핥고 있었다.




(2000년 6월 15일, Yes24 투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