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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ug 10. 2021

의고십구수(擬古十九首)

호응린 찬/이규일 역(조영필 역)

의고십구수 1




찬 서리 깊은 어둠 속에 얼고 한 해는 곧 저물어갑니다 (이규일)

혹독한 서리 몇 겹 그늘을 맺어, 한 해가 시작했나 싶더니 홀연히 벌써 저뭅니다.

嚴霜結重隂(엄상결중음)  嵗序忽已暮(세서홀이모)


멀리 떠난 그대 그리워라 손 흔들며 떠나간 길 (이규일)

생각나네 그대 막 멀리 떠나려는 데, 손 흔드니 바로 가신 길만 남아.

念子當逺遊(념자당원유)  抗手即行路(항수즉행로)


길은 멀고도 험하니 나그네 돌아올 날은 더뎠지요 (이규일)

길 떠남은 언제나 어렵도록 멀고, 나그네 돌아옴은 일찌기 어렵도록 늦지요.

路行常苦逺(로행상고원)  客歸嘗苦晚(객귀상고만)


뜬 구름 변새를 가리고 지는 해는 막을 수 없네요 (이규일)

떠가는 구름 국경의 성문을 덮으니, 밝은 해도 (구름을) 당길 수는 없네요.

浮雲蔽關塞(부운폐관새)  白日不可挽(백일불가만)


옛날엔 남편과 아내였건만 이제 호(胡)와 진(秦)처럼 멀어졌습니다 (이규일)

옛날에는 남편과 아내로 맺어졌는데, 지금은 월(越)과 진(秦)으로 멀어졌네요.  

昔為婚與姻(석위혼여인)  今為越與秦(금위월여진)


낙엽은 바람 따라 흩날리고 하늘에 기러기는 무리를 떠납니다 (이규일)

떨어지는 잎은 나부끼는 바람을 따르고, 날아오르는 큰기러기는 무리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落葉隨飄風(낙엽수표풍)  飛鴻辭故羣(비홍사고군)


그대는 왜 마음 지키기 어려웠나요 내 얼굴 늙었기 때문이겠지요 (이규일)

낭군의 마음은 어찌하여 보증하기 어렵나요, 신첩의 얼굴이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아서지요.

君心豈難保(군심기난보)  妾顔匪長好(첩안비장호)


산에 올라 들판 바라보니 사방의 풀들 다 시들었네요 (이규일)

높은 곳에 올라 평평한 들바라보니, 이리저리 둘러봐도 시들어 가는 풀뿐이네.

登髙望平原(등고망평원)  四顧盡衰草(사고진쇠초)


그대 그리움에 아침저녁 없이 깊은 근심하며 늙어갑니다 (이규일)

서로의 그리움은 아침 저녁이 없어, 깊은 걱정으로 사람은 늙어 갑니다.

相思無朝夕(상사무조석)  沈憂令人老(침우령인로)


바라나니 수레의 두 바퀴 되어 만 리 길 그대 따르고 싶어라 (이규일)

바라나니 한 쌍의 수레 바퀴 되어, 만 리 길이라도 그대와 함께 하였으면.  

願為雙車輪(원위쌍차륜)  隨君萬里道(수군만리도)



關塞: 나라의 국경지방에 있는 관문 또는 요새 (네이버 한자사전)

越與秦: 越은 동남 지역이고, 秦은 북서 지역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
           이규일 역주에서는 胡與秦으로 되어 있으나, 원문 대조하여 越與秦 확인

辭: 이별을 고하다

故羣: 친구들의 무리

匪: 非의 뜻




이규일, 호응린 〈의고십구수유서(擬古十九首有序)〉역주, 중국학논총 제35집.

欽定四庫全書 少室山房集 券十一    明 胡應麟 撰 擬古十九首有序




감상:

호응린의 시론 중 흥상(興象)에 관심이 생겨 호응린이 시론의 소재로 삼았다는 의고십구수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첫 수가 너무도 훌륭합니다.

(2021. 8. 10)


Note:

기존 번역이 훌륭하지만, 시적 논리 전개에 이상한 점이 있네요. 한시의 원문 느낌을 더 감안하고 시적인 맛을 주기 위해 졸역을 시도해 봅니다.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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