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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ug 11. 2021

의고십이수(擬古十二首)

이백

의고십이수 5




오늘 풍광이 좋으나 내일 아마 그렇지 못하리 (윤석우)

오늘은 날씨가 좋으나 내일은 그렇지 않을까 염려되네. (swings81)

오늘은 바람과 볕이 좋으나, 내일은 그렇지 못할까 두렵네.

今日風日好(금일풍일호),明日恐不如(명일공불여)。


춘풍이 사람에게 웃어주는데 어찌 수심이 나에게 있으리 (윤석우)

봄바람이 사람을 향해 웃으며 어찌하여 스스로 근심하고 있느냐 한다. (swings81)

봄바람이 사람에게 웃는데, 어찌하여 수심이 절로 머무르리.
春風笑於人(춘풍소어인),何乃愁自居(하내수자거)。


퉁소 부니 화려한 봉황이 춤을 추는 듯 신묘한 물고기 회 안주에 술 마시노라 (윤석우)

피리 불어 아름다운 봉황 춤추게 하고 단술을 거르고 희귀한 생선 회치게 하세. (swings81)

퉁소 불어 화려한 봉황 춤추게 하고, 맑은 술을 따르어 신묘한 물고기를 회치세.  
吹簫舞彩鳳(취수무채봉),酌醴鱠神魚(작례회신어)。


천금으로 한바탕 취함을 사고 즐거움을 남김없이 즐기리 (윤석우)

천금으로 한바탕 취함을 사니 즐거움 얻을 뿐 다른 것은 구하지도 않는다네. (swings81)

천금으로 한번의 잔치를 사서, 즐거움을 얻어 남김이 없게 하리.  
千金買一醉(천금매일취),取樂不求餘(취락불구여)。


달통한 도사는 몸은 천지에 남기고 동문 밖에는 소광, 소수가 있구나 (윤석우)

현명한 사람은 천지를 버리나니 동문에 소광(疏廣)과 소수(疏受) 두 소씨가 있었도다. (swings81)

통달한 선비는 천지를 버리나니, 동쪽 문에 소광 소수 형제가 기다리네.  
達士遺天地(달사유천지),東門有二疏(동문유이소)。


어리석은 사나이는 돌기와 같고 재능있는 사람은 말았다가 풀 줄을 아네 (윤석우)

어리석은 남자는 기와와 돌 같이 쓸 데가 없으니 재능이 있어야 말고 펴는 법을 아는 법이라네. (swings81)

어리석은 사내는 기왓돌과 같고, 재주가 있어야 말고 풀 줄을 안다네.  
愚夫同瓦石(우부동와석),有才知卷舒(유재지권서)。


앉아서 슬퍼할 일 없다 마른 바퀴 자국에서 헐떡대는 외로운 물고기 마냥 (윤석우)

일없이 슬픔과 괴로움을 만들어 혼자서 바큇자국 고인 물에 빠진 붕어가 되었네. (swings81)

일없이 슬픔과 괴로움을 만드니, 혼자서 (헐떡이는) 마른 바퀴 자국의 물고기 같네.  
無事作悲苦(무사작비고),塊然涸轍魚(괴연학철어)。



風日(풍일): =風陽(풍양). 바람과 볕.

吹簫舞彩鳳: 진(秦) 목공(穆公) 시절 퉁소를 잘 불던 소사(蕭史)가 목공의 딸이자 자신의 아내인 농옥(弄玉)에게 퉁소로 붕황의 울음 소리 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몇 년을 연습하니 과연 봉황 울음 소리 같이 불게 되었다. 그러더니 정말로 봉황이 날아와 그 집에 머물렀고, 얼마 후에는 봉황을 타고 같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열선전(列仙傳) 소사(蕭史)]편 참조)

酌醴鱠神魚: 조식(曹植)의 [선인편(仙人篇)]에

                 옥준영계주(玉樽盈桂酒) 옥 술통에 계수나무 술을 가득 담고,  

                 하백헌신어(河伯獻神魚) 강의 신(하백)은 신묘한 물고기를 헌상하네.

라고 한 구절과 비슷하다. (安旗, 이백전집편년주석 상중하 巴蜀書社, 1990, 747쪽)

達士(달사): 이치에 밝아서 사물에 얽매어 지내지 아니하는 사람.

二疏(이소):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의 신하인 소광(疏廣)과 그의 조카 소수(疏受) 두 사람을 말한다. 소광과 소수는 태자의 스승이라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황제와 태자가 준 황금을 매일 잔치를 차려 친척, 친구들과 즐기며 다 써버렸다. <한서(漢書) 소광전(疏廣傳)>

卷舒(권서): 말았다 폈다 함.

塊然(괴연): 홀로 있는 모양. 塊는 홀로.

涸轍魚(학철어): [장자 (잡편) 第26篇 外物(외물) - 학철부어(涸轍鮒魚)]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붕어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轍鮒之急(철부지급), 涸鮒(학부), 涸轍(학철), 涸鱗(학린) 등으로도 쓰인다.


이 시는 당 현종(玄宗) 개원(開元) 17년(729年) 이백(李白)이 29세에 지은 시로 고시(古詩) 19수 중 제4수를 본 따 자신의 감개를 표현한 시이다.



Note:

尹錫㥥 (2009), 擬古十二首硏究(의고십이수연구), 중국어문학논집, 57, 291-308.

swings81님의 블로그

기존의 두 번역이 모두 훌륭하지만, 시적인 맛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조금 가필해봅니다.


원문: 擬古十二首/ 李白  全唐詩·卷183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감상:

塊然涸轍魚(괴연학철어)의 비유에 놀라서 이 시를 선택했는데, 장자의 고사일 줄이야. (2021. 8. 11.)


3행의 물고기 회치는 것에 대해서 중국사람들도 회를 먹는가요? 하며 누가 이의를 제기한다. 깜짝 놀라 자료를 뒤져보니, 중국에서도 예전에는 회를 먹었는데, 원명 교체기때 역병의 창궐로 인하여 자연스레 회를 안 먹게 되었다고 한다.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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