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甫(두보)
용문의 봉선사에서 노닐며
遊龍門奉先寺
하마 초제롤 조차 노라셔 또 초젯 가외 자노라 (두시언해초)
이미 초제스님 따라 놀았더니 다시 초제사 경내에서 자는 구나 (풍악서당 남해)
봉선사 스님의 부름을 받고 와서 절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네 (들돌)
절에서 노닐다가 절에서 잠을 자네 (無無)
已從招提遊 (이종초제유) 更宿招提境 (갱숙초제경)
어드운 묏 고린 바람 소리 나고 달 비췬 수프렌 말곤 그리메 흐텟 도다
그늘진 골짜기 신령스런 소리 내고 달빛 숲 맑은 그림자 흩네
어둠 속 골짜기에서 바람소리 들려오고 달빛은 나뭇가지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네
그늘진 골짜기에선 영묘한 바람 불고 달빛 숲 속엔 나무 그림자 또렷하네
陰壑生靈籟 (음학생영뢰) 月林散淸影 (월림산청영)
천궐산은 하놀과 벼레 핍근 하고 구루메 누어 슈멘 옷 가외 서놀호도다
하늘 대궐 별자리 바짝 다가서고 구름에 누웠으니 의상 차갑구나
용문산은 별자리에 기댈 듯이 솟아있고 한밤의 절간은 구름에 누운 듯 쌀쌀하네
산봉우리 하늘에 닿을 듯 가깝고 구름 속에 누우니 옷이 차갑구나
天闕象緯逼 (천궐상위핍) 雲臥衣裳冷 (운와의상랭)
꾀 오져 할 저긔 새뱃 붑 소릴 드로니 사로모로 해여 기픈 살표몰 베프게 하노다
잠 깨어 새벽 종소리 들으니 나로 하여금 깊이 성찰하게 하네
날 밝을 때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깨달음이 일겠지
잠 깰 무렵 새벽 종소리 들려와 깊이 성찰하게 하누나
欲覺聞晨鐘 (욕교문신종) 令人發深省 (영인발심성)
- 龍門은 在西京河南縣하니 名闕塞山이오 一名伊闕이니라
- 梵歷에 寺之有常住也니라
- 僧史에 後魏始元年에 創立伽藍爲招提之境이니라
- 陰壑은 '杭入幽澗也'니라: '그윽한 골짜기 물로 건너 들어감이다'
- 籟는 芋笙之屬으로 莊子에 汝聞人籟나 而未聞地籟하고 汝聞地籟나 而未聞天籟라하니 蓋謂凡有聲者니라
- 淸影은 梁昭明太子詩에 '月落林餘影'이니라: 달이 숲에 떨어져 그림자를 남긴다'
- 象은 星之垂象於天者오 緯는 五星也니 不言經星者는 省之니라
- 庾肩吾詩에 '侵雲似天闕'이니라: '구름에 들어가니 하늘 궁궐 같았다'
- 雲臥衣裳冷은 孟浩然詩에 '雲臥晝不起'니라: '구름에 누워 낮이 되도록 일어나지 못하다'
- 晨鐘은 庾信詩에 '山寺響晨鐘'이니라: '산사에 신종이 울리네'
- 省 息井反 察也 悟也니라
- 陶淵明이 聞遠公議論人曰 令人頗發深省이니라: 遠公(혜원법사)
(출처: 다음블로그 풍악서당 남해)
- 용문봉선사龍門奉先寺: 용문은 이궐伊闕, 속칭 용문산을 가리키는데 허난성河南省 낙양시洛陽市 남쪽에 있다. 봉선사는 용문석굴 중 한 곳을 가리킨다.
- 초제招提: 난야蘭若, 즉 사찰을 뜻한다. 산스크리트 caturdeśa[catur(4)+deśa(장소, 지방, 국토 등)]를 음역한 척투제사拓鬪提奢로 사방이라는 의미였다. 언제부터인가 잘못된 필사로 척拓이 초招로 되었고 투鬪자와 사奢자가 빠졌다. ‘초제’는 원래 사방이라는 뜻이었기에 사방의 승려를 초제승이라 했고 사방의 승이 있는 곳을 초제승방이라 부르고 후위後魏의 태무太武가 절을 짓고 초제라 이름을 붙인 이후 절을 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에 ‘인도와 서역에 초제招提가 있고 중국에서는 낙양의 백마사가 초제사招提寺였다’고 한 기록이 있다.
- 음학陰壑: 산의 북쪽 골짜기. ‘음’은 방위로 북쪽을 가리키고 ‘양’은 남쪽을 가리킨다.
- 영뢰靈籟: 영묘靈妙한 바람소리(허뢰虛籟 바람소리). ‘靈’자는 虛자로 되어있는 판본도 있다. 바람은 형체形體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다. 莊子는 自然의 소리를 천뢰. 지뢰. 인뢰 등 세가지 소리로 구분했다.
- 월림月林: 달빛이 비치는 숲.
- 청영淸影: 나무의 정확한 그림자. 임목의 맑은 그림자.
- 천궐天闕: 하늘로 들어가는 문. ‘궐’은 궁문에 좌우에 있는 높은 누각樓閣. '천궐天闕'은 천규天窺로 된 자료도 있다. 천규는 본래는 별자리 이름인데 여기서는 용문산龍門山을 가리킨다. 용문산이 높고 협곡峽谷 모양이 궐문 같아 이렇게 표현했다.
- 상위象緯: 하늘에 별자리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복잡하게 섞여 펼쳐진 모습을 가리킨다. 日月星晨의 경의 형상과 하늘을 수 놓은 위緯의 성좌. 하늘에서는 28수를 經으로 하고 5성을 緯로 함.
- 운와雲臥: 구름 속에 눕다. 봉선사奉先寺가 용문산龍門山 높은 곳에 있어 방에 누우면 구름이 날아 들어오므로 이렇게 표현했다.
- 욕교欲覺: 새벽녘에 잠이 깨려고 하는 것. ‘각’자는 잠에서 깨다의 뜻일 때 ‘교’로 읽는다.
두보(712-770)가 736년경 뤄양[洛陽]에서 시행된 과거시험에서 낙방한 뒤 뤄양에서 머물며 용문산龍門山의 봉선사奉先寺에 놀러가 절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이다.
용문산龍門山은 허난성河南省 낙양시洛陽市 남쪽에 있는 산으로 궐구산, 이궐산 이라고도 하며 봉선사奉先寺는 이 산위에 있는 절의 이름으로 지금의 낙양시洛陽市 북쪽의 유명한 용문석굴龍門石窟이 있는 곳이다.
육조六朝 이래로 불교의 성지로 여겨지며 불사가 많이 이루어진 곳이다. 또 봉선사奉先寺는 당고종唐高宗 상원上元 2년(675), 노사나대불상盧舍那大佛像이 들어선 뒤 대노사나불굴大盧舍那佛窟로 불렸던 곳으로 불상의 웅장한 모습으로 인해 용문석굴龍門石窟의 으뜸으로 여겨지는 사원이다.
(출처: 다음블로그 無無)
Note:
(개편)두시언해초, 이병주 편교, 집문당, 1982.
다음블로그 풍악서당 남해, 다음블로그 無無, 네이버블로그 들돌 참조
감상:
갑자기 한시가 읽고 싶어져 30년 전에 사두었던 <두시언해초>를 펼친다. <두시언해초>의 첫 시가 ‘유용문봉선사’이다. 두보의 다른 시 중에 더 좋은 시가 없을까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오늘의 한국의 자유시적 관점에서는 시(詩)라고 보기에 딱히 애매한 것들 투성이이다. 옛날부터 이래서 내가 두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성(詩聖)인데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야 하기에 일단 정리하였다. 정리하고 보니, 망외의 선물이 있다. 그것은 사찰의 찰과 chaturdesa의 음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충 검색해 보니, 역시나 정설은 없다. 족히 이로써 며칠은 즐길 수 있겠다.
(2021. 8. 14)
어떤 전문가가 사찰과 탑사는 같은 말이라고 한다. 즉 사찰의 찰은 탑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2024.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