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Q 립 2 나

왜, 나는 영어를 못할까? - 프놈펜의 아침 식당에서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중 1 때, 영어 선생님은 핸섬하셨다. 유부녀인 국어 선생님을 복도에서 장난스레 가끔 껴안으셨는데, 국어 선생님이 그리 싫어하진 않으셨다. 갱상도 강한 악센트로 영어를 가르쳐주셨는데, 영어를 처음 접한 우리에게 그는 교주 이상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는 나의 담임선생님이었다.

학급의 좋지 않은 사건으로 간부들이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에게 단체로 매를 맞았다. 난 반장도 부반장도 아닌데, 어줍잖게 환경미화 담당, 뭐 이런 감투로 간부에 속했다. 선생님은 전력투구로 엉덩이를 6 명에게 6 대씩 각진 몽둥이로 타격하였다. 우리 간부들은 공동체 의식으로 그리고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그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매타작에 일가견이 있었다. 음악 선생님은 남자이셨는데, 예술가의 풍모를 가지신 분이었다. 그가 틀린 문제만큼 나를 때릴 때 뺨을 두 손바닥으로 때렸는데, 노래에 박자를 맞춰서 타격하였다. 나는 맞는 동안 그 예술적인 감흥은 아픔 이상이라 생각하였다.

국어 선생님은 나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게으르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정확한 안목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기 고사 때 그녀의 부지런한 학생들이 국어시험에서 모두 조금씩 틀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다른 과목의 시험을 치르고 있었고 그녀가 시험을 감독하러 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나의 국어 시험지를 보자고 하셨다. 보여드렸는데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꼭 껴안아 주셨다. 아직도 나는 그녀의 품을 기억하고 있다.



Note:

사진 설명: 스님이 식당 앞에 오니, 점원이 생수 한 병을 시주한다. 탁발승의 방문이 끊일 사이 없는 데도 나름대로 공경을 다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