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Q 립 2 나

아랍어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카타르 항공은 처음 타본다. 지도를 보는데, 지명이 모두 아랍 글자이다. 참 아름답다. 마구 기어가는 글씨인데 이것도 알파벳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도 그것은 모아쓰기를 하는 한글을 바라볼 때, 아랍인들이 느끼는 심정과 꼭 같지 않을까? 한글은 어떻게 보면 상형문자 같아 보이는데, 표음문자라고 하니 말이다.


아랍인들은 나름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십 개의 나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언어를 공유한다. 그것은 마호메트의 힘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고는 중국인이 아닐까? 십오억 중국인이 중국어로 소통한다. 그것은 진시황의 힘이다. 러시아는 어떤가? 러시아와 CIS 역시 십수 개국 수억 명의 사람이 러시아어로 소통한다. 키릴 형제와 표토르 대제 그리고 스탈린의 힘이다. 스페인과 남미는 스페인어로 소통하고 포르투갈과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로 소통하는데, 두 언어는 서로 어느 정도 소통된다. 이것은 엔리케 왕자의 힘일까? 영어는 물론 세계어이다. 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힘일까? 독일어는 최소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1 억 명이 사용한다. 이것은 오토 대제의 힘일까?


이렇게 모국어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내가 아일랜드에서 영어연수를 할 때,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아랍인들이 아랍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안타까움을 토로하니, 아랍의 어린 친구들이 말한다. 노오쓰 코리아가 있지 않느냐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한 민족마저 쪼개어져 제대로 교류를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날 인터넷과 모바일은 엄청난 네트워크로 인간 지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집단지성을 누가 조직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형성되어간다. 이것은 다다익선이다. 따라서 집단지성 측면에서 최고는 중국어 네트워크일 것이다. 검열의 제한만 없다면 중국에서의 혁신과 전파가 가장 빠르리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아직은 참여 지성의 수준과 인프라가 장애이겠으나, 이 걸림돌을 넘어서면 누구도 중국의 도약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아랍어를 보고 있는데 결론은 중국어로 삼천포 갔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대왕의 한글이 있어 영미권과 중화권의 헤게모니 간빙기에서, 오늘날의 대세, 한류를 창출해낼 수 있었다. 한국민족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