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의 사상과 한국의 경제사회

조순

by 조영필 Zho YP

12/ 인간은 여러가지 효용, 이를테면 미나 쾌락 등을 추구하는데, 인간은 궁극적으로는 그 미나 쾌락의 효용 자체보다도 오히려 그것을 촉진하는 수단의 합목적성 내지 정합성을 더 존중하게 된다는 것을 논하고, 이러한 수단에 대한 개개인의 추구가 결과적으로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가지고 온다는...


... 사실 가옥의 안락만이 목적이라면 동서양의 호화주택은 지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추구대상이 궁극적인 효용보다도, 그 효용을 갖다주는 수단의 완전성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주목한 사람이 스미스는 자기를 빼놓고는 일찌기 없었다고 보았다.


13/ ... 인간은 소시부터 그들이 그리는 부와 행복을 찾아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아첨과 사술을 농(弄)하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노년에 와서 지난 날의 노력을 회고해 보면, 그의 육체는 노고와 질병으로 쇠잔해 있고, 그의 정신은 자기의 적들의 부정, 자기의 동료들의 배은망덕에 의하여, 그에게 가해졌다고 상상되는 무수한 침해와 실망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환멸과 분노로 지치게 될 때, 그는 마침내 그의 부와 지위가 아무런 쓸모 없는 애완물에 불과하고, 육체의 안락과 정신의 평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자연의 기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스미스는 보았다... 부자가 마련한 부는 결국 빈자에게 분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자연이 인간을 기만해서 능력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행복의 수단을 추구하게 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14/ ... 신의 배려가 대지를 소수의 영주에게 분배했을 때, 그것은 이 분배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길 옆에서 일광욕을 하는 걸인은, 국왕들이 그것을 얻기 위하여 싸우는 안전성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15/ ... 자리심의 발로가 공익을 가지고 오기 위하여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제도가 분권적이고 경쟁적이며 민주적인 사회질서가 이루어진 경우에 한한다고 보았다.


19/ 도덕이란 무엇인가. .. 그것은 일반으로 인간의 행동의 선악을 가리는 기준을 이룬다... 18세기 영국의 모든 도덕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문제(즉, ① 도덕이란 무엇이며, ② 그 도덕을 인간은 어떻게 인지하고 판단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정신의 어떤 힘 또는 능력에 의해서인가... 어떻게 해서, 또는 어떤 수단에 의하여, 정신이 행동의 어떤 기조를 다른 그것보다도 선호하여 한쪽을 바르다고 하고 다른 한쪽을 틀린 것으로 여기는가...


20/ 첫번째의 문제, 즉 덕의 성격을 형성하는 정신적인 기조는 무엇이냐의 문제에 관하여, 스미스는 18세기의 제 이론을 검토함으로써, 그것은 자애에 존재한다는 이론, 적합성에 존재한다는 이론, 그리고 신려(愼慮)에 존재한다는 이론의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제2의 문제에 관하여, 스미스는 18세기 이론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이성이 덕을 감별한다는 관념을 따르지 않고... 흄을 중심으로 하는 정감파 내지 주기론(主氣論)의 이론에 의하면 추상적인 이성은 도덕적인 경험의 기본이 될 수가 없고, 이러한 기본은 인간의 정감(sentiment) 감성(feelings) 내지 도덕감정(moral sense) 등이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도덕인식의 기본이 되는 [정감]이란 무엇인가. 스미스는 흄에 있어서와 같이 그것을 [동감의 원리(principle of sympathy)]로 설명한다... 그 행위의 관찰자가 그 행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과연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을 말한다... 즉 동양에서 말하는 역지사지하는...


21/ ...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것으로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타인들의 운불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연민이나 동정이라는 것도.. 타인들의 비참을 보든가... 최대의 악인, 사회의 제 법의 가장 무정한 침범자들도, 전혀 그것을 가지지 않는 경우는 없다.


23/ ... 사회에 있어서의 조화란 결국 사회구성원의 동정이 공통적 - 획일적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 인 요소를 가급적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담 스미스 연구], 민음사, 1989. 9. 10)



Note:

아담 스미스의 동감/정감은 유교의 사단칠정, 불교의 자비희사와 매우 유사하다. 이성을 가진 인간론에 대비하여 정감을 가진 인간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이승만의 교역평화론의 대비로도 이어지는 현대 인류문명의 양대축이다. 이러한 성찰 속에서 그 방법론으로서 국부론은 제시되었다.

(2022.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