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는...

박영욱

by 조영필 Zho YP

236-239/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그는 훌쩍 거의 중년의 남자로 성장해 있다. 어느 날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마을을 방문한다. 물론 그가 흠모하였던 그 면도사가 있던 이발소를 빼놓을 리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발소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손님을 가장하고 그곳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머리를 깍아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남자는 이국적인 춤을 그녀 앞에서 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그날 밤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황홀감에 젖어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근처 댐이 있는 둑이었다.


...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에 삶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 그러나 거꾸로 보면 그녀는 현실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만약 환상이 지속될 수 없다면 그 다음에 남게 되는 것은 현실과 대면해야 할 고통밖에 없으며 실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될 때 미치지 않고 그것과 맞설 힘이 우리 인간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던 것이다.


240/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Kierkegaard)는 괴팍한 철학자였다... 그가 코펜하겐의 한 거리에서 쓸쓸히 객사하였을 때... 키르케고르의 운명은 마치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Edvard Munch)와도 같이 북유럽의 차가운 기후 속에 녹아든 독감 같은 것이었다.


243-244/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마침내 두 사람은 최후의 선택을 한다. 먼 곳 호주로 가서 같이 번지 점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다리에 줄은 걸려져 있지 않다.


박영욱, 고정관념을 깨는 8가지 질문, 홍익출판사, 2005.



Note:

'고정관념'하고 전혀 상관없이, 차라리 뻔한 8개의 철학적 질문을 주절주절 이야기식으로 진술함... 읽는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책이어서 쓰레기통으로 바로 보내려 했는데, 책을 덮기 직전 마지막 에피소드의 문장이 내 미학적 심상을 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