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산중)

이이

by 조영필 Zho YP


산속




약초 캐다 어느새 길을 잃었지

천 봉우리 가을 잎 덮인 속에서.

산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일어난다.


(출처: 정민, 한시이야기, 보림, 2002, 184쪽)



山中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林末茶烟起 임말다연기


(출처: 『栗谷先生全書』 卷之一)



Note:

중국 송나라 휘종의 그림 대회: 입상진의(立象盡意)


출제: [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를 그려라.


그림:

말 한 마리가 달려 가는데 그 꽁무늬를 나비 떼가 뒤쫓아 가는 그림이었다. 말발굽에 묻은 꽃향기를 나비떼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출제: [어지러운 산이 옛 절을 감추었다.]를 그려라.


그림:

화면 어디에도 절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깊은 산속 작은 오솔길에 웬 스님 한 분이 물동이를 이고서 올라가는 모습을 그려 놓았을 뿐이었다... 산이 너무 깊어서 절이 보이지 않는 게로구나. 그가 비록 절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물을 길으러 나온 스님만 보고도 가까운 곳에 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 [산수화를 그리는 방법]:


비가 오는 것을 보여 주려면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고 동쪽인지 서쪽인지 방향을 알 수 없게 그려야 한다. 바람만 불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나무의 가지만 그리면 된다. 비는 와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나뭇가지 끝을 축 처지게 그리고, 행인은 우산이나 삿갓을 쓰고 어부는 도롱이를 걸치게 그리면 된다.


조선 문장가 박지원 [종북소선자서]:


먼 곳에 있는 물에는 물결이 없고, 먼 곳에 있는 산에는 나무가 없으며, 먼 곳에 있는 사람은 눈이 없다. 말하고 있는 사람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고, 듣고 있는 사람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정민, 한시이야기, 25-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