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가책받은 얼굴로
빗방울 떨어지며 후두둑 나를 읽는다
지운 文章(문장)처럼 나는
가책받은 얼굴로 빗속에 서 있다
대추나무의
약한 열매들은 빨리 미련을 버리고
비에게 자리를 내준다
나와 자리를 바꾸자는,
잡풀에 떨어지는 빗물소리
가책받은 목소리로 나는 이 순간 經(경)을 읽는 것이다
빗물이 시커먼 눈을 뜨고 또랑으로 들어간다
(현대시학, 1991년 10월; 오늘의시 1989 하반기 통권 제3호,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