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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l 20. 2022

이중세뇌

이소무라 다케시

7/ 가령 니코틴에 의존하는 흡연자의 심리 저변에는 약물의존증 환자뿐 아니라 사이비종교에 세뇌된 사람부터 가정폭력의 피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음의 함정mind traps'에 빠진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중세뇌'구조가 잠재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9/ '사슴을 쫓는 사냥꾼은 산을 보지 못한다'

이 최초의 깨달음을 촉진하는 다양한 의존증에 공통하는 실마리를 '실낙원 가설'이라고 부른다.


18/ 실험용 쥐에게 계속해서 먹이를 주면 마음껏 먹다가 병에 걸려 일찍 죽고 만다. 반면 먹이를 줄여 칼로리를 제한하면 오래 산다...

쥐의 뇌에 가는 관을 연결해서 레버를 누르면 코카인이나 니코틴이 나오는 실험을 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우연히 레버를 눌렀던 쥐도 점차 누르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렇다면 쥐는 약물을 끊으려고 할까?

... 쥐는 다이어트도 약물을 끊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19/ 인간이 무턱대고 '먹이'에 달려들지 않는 것은 '초인지'의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1/ '실낙원 가설'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약물 상용자는 약물에 손을 댄 순간 그때까지 당연히 누려왔던 '일상적인 행복'이라는 낙원마저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36-37/ 본래 인간은 식사를 하면 뇌의 보수계가 자극받아 안식을 느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아아, 오늘도 밥을 먹었다. 감사하다'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회만 되면 여럿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흡연자는 식사를 해도 도파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니코틴의 만성적인 영향으로 뇌의 감수성이 둔해진 까닭이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는데도 왠지 뭔가 허전하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나면 담배부터 찾게된다.


41-44/ 이는 '코어'라고 불리는 감염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지극히 활발하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단 한 번의 상대는 거의 틀림없이 백전연마의 상대, 즉 '코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45-46/ 인간은 사랑을 하면 뇌에서 'PEA페닐에탄올아민'라고 하는 물질군이 분비된다. 이 중에는 각성제인 암페타민류도 포함되어 있어 도파민 신경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뇌내마약'인 셈이다.


PEA는 가슴이 두근거릴 때 많이 분비되는 듯하며 특히 새로운 상대와 밀고 당기는 중일 때는 분비량이 더욱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49-51/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요령은 노력과 운이 반반씩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 복권에 빠지는 사람은 드물어도 경마에 빠지는 사람은 많다. 그들은  연구에 여념이 없다. 또한 파친코나 게임의 공략본도  팔린다고 한다. 분명 그들에게 자신의 전문인 도박과 게임은 '노력과 운이 반반' 것이다.

... 파친코 가게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로 가게 문을 열면 처음에는 손님이 계속 구슬을 따게 만든다고 한다. 이러다가 가게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그렇게 한다. 그리고 한 번은 손님에게 대박을 안겨준다. 이것이 비결이라고 가르쳐주었다.

... 적당히 요금을 내고 노력하게 하는 한편, 도파민이 대량으로 분비되는 강력하고 짜릿한 경험을 한 차례 맛보게 해준다. 어중간한 것은 좋지 않다. 한 번에 최고의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다.

오랫동안 구슬을 따게 만드는 이유는... 요컨대 '노력과 운이 반반'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강력한 쾌감의 반복으로 도파민이 강제로 분비된 결과 신경이 마비되어 평소의 일상이 시들해진다. 그로 인해 계속 자극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의존 행동을 반복함에 따라 도파민은 더욱 고갈되고 일상의 안식과 평온은 점점 멀어진다.

... 심리적으로 무방비 상태로...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변성의식 상태'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52-55/ 인간에게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영향을 쉽게 받는 의식상태'가 존재하는데, 이는 최면이나 세뇌에도 관계되며 카리스마적인 리더는 이 상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는 주문이나 경, 혹은 가만히 불을 바라보는 행위 등은 그 상태를 이끌어낸다고 한다.

이러한 상태를 '변성의식 상태'라고 하며 능숙한 사람은 지극히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을 변성의식 상태로 유도할 수 있다.


이소무라: 섹스가 어려운 것은 병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해 생각해야 하는 점입니다...

에도: 어떻게요?

이소무라: 죄책감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죠. 섹스의존증인 사람은 섹스든 자위행위든 거의 예외없이 행위 후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알코올 의존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술을 마신 후에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또한 다음 행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지요.

에도: 과연 마음은 '곤란하다'고 가르쳐주고 있군요.


60-62/ 니코틴은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킬 뿐 아니라 알파파라는 뇌파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알파파는 치유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동이 규칙적이다... 흡연자의 알파파는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의 수준까지밖에 회복되지 않는다.


먼저 니코틴의 부족으로 알파파의 빈도가 감소했을 때 나타나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입이 심심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분해지는 사람도 있다. 혹은 막연히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왜 이렇게 따분하지"하면서 슬슬 담배 생각이 난다.

... 그러면서 뇌는 '학습'을 하게 된다. "아아, 알파파가 부족할 때는 담배를 피우면 되는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알파파가 감소한다는 현상 자체는 니코틴이 떨어진 경우에 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교통정체에 걸려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알파파는 감소한다. 혹은 성가신 일을 하게 되어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하고 생각할 때도 알파파는 줄어든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69-70/ ['보상'과 '공포'라는 이중세뇌구조]

코카인이 나오는 레버... 이번에는 코카인 대신 전기 충격을 가한다... 코카인과 전기 충격을 무작위 가하면... 계속 레버 주위를 서성대며 누르다가 누르지 않다가를 반복한 끝에 결국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된다.


74/ 일부러 무시하거나 다른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심한 말을 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감정이 동요된 순간 친절을 보이면 간단히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에너지로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 마음의 미묘한 흔들림에 때맞춰 가차없는 채찍과 달콤한 사탕을 골라쓴다. 가령 이성의 심리를 잘 요리하는 프로가 쓰는 방법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위험해 보이는 놀이나 이성에게 끌리는 사람은 '상황이 나빠지면 그만두면 된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황이 나빠질수록 더욱 '보상의 마력'이 힘을 발휘한다.

상황이 나빠졌을 때는 이미 때가 늦는다... 그만 두기 어려운, 생각지도 못한 일이 기다리게 된다.


75-76/ [사이비 교단에 나타나는 보상의 독점]

왜냐하면 연애나 일이 잘 풀려도 사이비 교단에는 아무런 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모든 보상이 교주의 손에서 부여되어야 한다... 사이비 교단 이외의 인간 관계를 전부 끊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교주 이외는 믿을 수 없다'라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78/ "왜 하필이면 이렇게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은 데서 담배를 피우는 거야."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흡연자는 그런 장소이기에 더욱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뇌의 감수성이 둔해진 탓에 멋진 경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담배뿐 아니라 캔맥주를 마신다든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한다든가 만남 사이트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82/ 각성제 등의 약물사용자가 길 가던 사람을... 어쩌면 이 공포 탓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모르는 사람과 스치는 것은 사실 두려운 면도 없지 않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96/ ... 경영 컨설턴트... 어떤 말에도 꿈쩍 않는 고객을 '어항 속의 금붕어'...

정답은 '어항 앞에 고양이를 갖다 놓는다'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고양이' 무엇인가? 그것은 '문제 제기'. 먼저 문제를 제기해서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깨닫게 하면 된다.




이소무라 다케시(이인애 역), 이중세뇌, 더숲, 2010(일어판 2009).


Note:

전반부는 재미있는데, 후반부는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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