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린
대동여지도 15
—— 가족사진
백목련 가지 빈 자리에
새가 날아와
플라스틱 빨래집게처럼 생긴 주둥이로
햇살들을 나뭇가지에 꽉 꽉 집어놓고 있다
그에 화답하듯
내 척추를(나무가지를) 따라 뭉쳐 있던
백열전구만한 어둠들이(꽃들이) 퍽 퍽 터진다
어두운 내 척추 끝에 걸려 있는
낡은 가족사진 속
한 家系(가계)의 앞줄에 앉은 아이들이(꽃들이)
무릎 위에 두 손을 미이라처럼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
사진 밖의 세상을 응시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모두들
작은 손을 꼭 말아쥐고 떨고 있다
목련이(한아이가먼저) 무거워진 꽃잎 하나를
재털이 같은 세상으로 슬며시 털어 버린다
꽃 밖으로 작은 문 하나 트이고,
꽃잎이 지는 동안
허공에
흐리고 긴 복도가(마치
古朝鮮(고조선)으로부터시작되는교재용낡은연대표같다)
생겼다 지워진다
(문예중앙, 1992, 여름)
Note:
불현듯 이 시가 생각이 나서 ‘대동여지도’, ‘가족사진’, ‘목련’, ‘고조선’ 등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였으나, 엉뚱한 다른 시들만 검색이 되었다. 결국 집에 돌아와 옛날 30년 전 노트에 필기해둔 것을 이제사 확인하고 게시물로 기록해 둔다. 좋은 시는 몇십 년이 지나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