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언張瑞彦
이발사의 봄
봄의 妖精(요정)들이
단발하러 옵니다.
자주공단 옷을 입은 고양이는 졸고 있는데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프리즘의 彩色(채색)은
面紗(면사)를 덮어 줍니다.
늙은 暖爐(난로)는 가맣게 죽은 담뱃불을 빨며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어항 속의 금붕어는
龍宮(용궁)으로 고향으로
꿈을 따르고
젊은 理髮師(이발사)는 벌판에 서서
구름 같은 풀을 가위질할 때
소리 없는 너의 노래 그치지 마라
壁畵(벽화) 속에 졸고 있는 종달이여
(동광(東光), 1930; 조남익, 한국현대시해설, 미래문화사, 2008)
*몇 구절은 여러 version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언젠가 수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2연의 '면사인 양' ↔ '면사를', 3연의 '묵은' ↔ '죽은', 6연의 '끊이지' ↔ '그치지'. 여기서는 미래문화사의 싯구를 옮겼습니다.
*面紗(면사): 예장禮裝을 위해 여성의 머리부터 온몸을 덮는 짙은 색의 보자기.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얼굴을 가리는 쓰개를 착용한 사실을 알려주는 최초의 문헌은 『고려도경高麗圖經』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려 여인들이 귀천을 막론하고 몽수蒙首 쓰기를 즐겼다고 한다. 몽수는 검은색이며 온몸을 덮을 정도로 길이가 길었는데, 얼굴은 드러내고 다녔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양반 여성들의 외출에 면사를 착용하도록 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나타난다. 1421년(세종 3) 6월 기록에는 면사와 말군襪裙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기녀로 오인되어 욕을 당한 부인에 대한 일화가 등장한다. 양반 부인은 외출할 때 면사를 착용해야 하지만, 사실상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는 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면사는 넓게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쓰개’를 통칭하는 말이다. 좁은 의미로는 왕실 여성 혹은 신부가 머리에 쓰는 예장용 보자기를 말한다. 보자기형 면사에 대한 기록은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나 『국혼정례國婚定例』, 『상방정례尙方定例』 등의 조선시대 후기 문헌에 나타난다. 이들 문헌에 따르면 면사는 비빈妃嬪과 숙의淑儀에게만 사용되고 신분에 따라 색상이 달랐다. 이와 같은 면사가 공주, 옹주의 혼례는 물론 구한말 궁중 풍속이 민간에까지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Note:
옛날 시이다. 나는 이발소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는 이발소를 자연에 빗대 묘사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자연의 변화를 이발사의 가위질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표현의 일관성이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가 좋다. 이발소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대합실이다.